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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 불태우는 여야… 또 ‘일촉즉발’

‘FTA 비준안 단독상정’후폭풍…여야 극한 대치
점거하고… 두드리고… 시위하고… 금산분리 완화 등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19일 국회 정무위 회의실 안팎에서 여야가 팽팽히 대치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와 박병석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의원들이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마스크만 써도 처벌, 집시법 개악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고(맨 위 사진), 회의실 밖에서 김영선 위원장 등 한나라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문을 열 것을 촉구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한나라당이 그랬던 것 처럼 소파 등 집기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금산분리 완화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범석 기자
전날처럼 해머와 전기톱, 소화기가 등장하는 난장판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19일에도 각종 쟁점법안 상정을 둘러싸고 국회 이곳저곳에서 여야 대치는 계속됐다. 상임위별로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하루 종일 국회를 휘감았다. 때론 몸싸움에다 여야 의원 간 막말과 욕설이 뒤섞이며 살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전날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단독 상정의 ‘학습효과’에선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보다 먼저 상임위 회의장을 점거해 여야 공수가 뒤바뀐 모양새였다. 한나라당은 전날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야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은 상태에서 FTA 비준안을 단독 상정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것을 우려해 이날 일찍 또는 전날 밤부터 행정안전위와 정무위 회의장 점거에 들어갔다. 정무위는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 폐지 등 금융산업 관련 법안을 다룰 예정인데, 민주당은 정무위원 외에도 이광재·이용섭·유선호 의원 등이 추가로 배치돼 회의장을 지켰다. 나아가 한나라당의 ‘수성 전술’을 모방해 문 안쪽에 의자와 책상 등을 쌓아 바리케이드를 쳤다.

이 바람에 2시23분 회의장에 도착한 한나라당 정무위원 10여명은 문을 두드리며 1시간여 연좌농성을 벌이다 돌아갔다. 행안위는 조진형 위원장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문을 두드리며 수차례 진입을 시도하다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법안심사소위를 열려다 민주당 의원들의 저지를 받았다.

민주당 당직자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내주부터 모든 상임위를 열어 법안심의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다음주 초인 22∼23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여야의 전의도 팽팽했다. 민주당은 이틀째 국회의장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며 의원총회를 열어 전의를 불태웠다.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이 의회독재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막아야 한다. 더 이상 한나라당이 일방통행하도록 두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전투를 독려했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는 오전 법안처리 점검회의를 열어 상임위별 법안 처리에 돌입하라고 주문했다. 박희태 대표는 “우리 국회도 속도전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 국회가 지금 시도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한다면 하늘도 우릴 도와주지 않겠나”며 전의를 북돋웠다.

그러나 이날 격렬한 충돌은 없었다. 전날의 폭력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장비는 동원되지 않았다. 이날은 한나라당이 대선 승리 1주년을 맞는 ‘잔칫날’이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미 FTA 비준안 상정 과정에서 빚어진 여야 충돌사태의 전말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분명한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며 “폭력과 파괴 행위에 대해서도 확실히 밝히고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동원 기자  good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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