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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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노인건강 위협하는 낙상… '삐끗'한 노년은 괴로워

겨울철 주의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낙상(落傷)이다. 해마다 이맘 때면 빙판길에서 넘어져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가벼운 타박상에서 골절, 근육 염좌, 뇌진탕 환자까지 다양하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훈련이 필요한 계절인 셈이다. 특히 관절이 약한 노인은 한번 낙상하면 심각한 후유증으로 노년의 행복한 삶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평소 골다공증 치료나 운동, 낙상 예방법 등을 알아두어야 한다. 낙상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이 없는지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의는 조언한다.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노인 낙상=겨울철에는 어린아이에서부터 중장년까지 모두 넘어져 생기는 부상은 주의해야 하지만 노인들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노인들은 신체기관의 노화로 관절이나 뼈, 근육이 약해지고, 균형을 잡는 능력이 떨어져서 쉽게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 시력과 청력이 떨어져서 외부 자극에 둔감해지고, 이로 인해 불의의 사고에 대처하는 민첩성이나 순발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노인들은 넘어지게 되면 손을 짚으면서 손목뼈, 어깨뼈의 골절이 젊은이들보다 쉽게 일어날 수 있고,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엉덩이뼈나 척추뼈의 골절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노인의 낙상으로 생기는 골절은 단순히 수술적인 치료에 따른 위험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장기간의 회복기간이 필요하며, 많은 내과적인 합병증이 동반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고관절(엉덩이) 골절이다. 골절 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률이 90%에 이를 정도다. 6개월 내 사망률도 20%나 된다. 단순히 뼈가 부러졌는데도 이처럼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골절 자체보다 골절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수개월 동안 꼼짝 않고 누워 있게 되면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과 심장마비, 폐렴과 욕창, 영양실조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기게 된다.

◆낙상의 원인 질환을 살펴야 한다=낙상은 빙판길 부주의와 방심으로 일어나는 게 대부분이지만 특정 질환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멀쩡하게 서 있던 노인이 갑자기 비틀거려 넘어지거나,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몸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넘어지는 경우, 눈앞에 있는 고정된 물체가 움직여 보이거나 흐리게 보여 갑자기 주저앉는 노인들은 어지럼증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이는 똑바로 서 있는 능력, 특히 움직이면서 중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귓속의 평형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노인의 어지러움과 평형장애는 원인이 불분명한 것이 많으나 그중에서도 유력한 것은 양성돌발성체위성 어지러움이다. 갑자기 심해지는 어지럼증의 흔한 원인으로, 귀속 제일 안쪽에 전정이라는 곳에 있는 이석(耳石)이 여러 가지 이유로 떨어져 나와, 주위에 있는 반고리관 내 림프관 안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치료는 반고리관의 이석(돌가루)을 안정화하는 일종의 자세운동 요법이 최선이다. 이 치료법은 위치교정술 또는 이석정복술이라고 하는데, 이는 반고리관 안에 있는 림프액에 떠다니는 결석조각을 일련의 자세변화를 통해 원래 자리인 전정으로 내보내는 간단한 운동이다.

◆다리 근력을 강화하고 골다공증을 막아야 한다=노인들의 가장 약한 부분은 단연 다리다. 노인들은 다리 근육이 약해지면서 몸을 받치기 어려울 수 있고, 특히 발목과 무릎이 약해지면 체중부하를 견디기 힘들어 ‘삐끗’ 하며 넘어지기 쉽다.

만약 노인의 다리가 약하다면 무릎과 엉덩이를 사용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인체 단련이 기본이다. 그중에 다리를 강화하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다. 노인들은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데, ‘천천히 걷기’만으로도 허벅지 근육을 강화할 수 있으니 집안에서도 많이 걷는 것이 좋다. 의자 등받이를 붙들고 발가락 끝으로 서서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 운동도 도움이 된다. 또 두꺼운 고탄력 밴드를 발목이나 허벅지, 장딴지에 감아 느슨해진 근육을 꽉 죄어주면 긴장감이 살아나 힘을 기를 수 있게 된다.

골다공증 예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체는 20∼30대 초반에 최대 골밀도에 도달한 뒤 이후부터 점차 골밀도가 감소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 호르몬의 변화로, 5년 동안 급격히 골밀도가 감소한다. 골다공증은 아직까지 안전하고 확실한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골다공증 발생을 지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골다공증의 유발 요인은 흡연, 음주, 활동 부족, 적은 양의 칼슘 및 비타민D 섭취, 과다한 커피, 설탕, 소금의 섭취와 과도한 스트레스 및 조기 폐경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음주와 흡연을 줄이고 칼슘이 풍부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골밀도를 증가 또는 유지하는 방법이다.

골절이 생겼을 때에 주의할 점은 임의로 뼈를 맞추려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일단 각목이나 합판을 골절 부위 양쪽 옆에 대고 골절 부위를 붕대나 헝겊으로 싼 뒤 병원을 찾는다. 부러진 부위를 내버려두면 상처 부위 신경을 더욱 다칠 수 있다. 또 대부분의 노인이 낙상 후 골절 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 파스를 붙이는 등의 임시방편을 취해 치료시기를 지연시키는 경향이 있어 와병일수가 더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노인이 넘어진 직후 통증이 있으면 병원에서 진료와 검사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도움말:세란병원 신경과 채승희 과장,

정형외과 궁윤배 과장, 인천 힘찬병원 관절센터 이광원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