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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수신은 보이지 않는 살인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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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수신업체에 2억여원 투자한 정모씨 인터뷰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강남 귀족계’의 운영 방식은 이전 지인들 간에 운영되던 계와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다. 하지만 계주와 계원들이 점 조직 형태로 연결돼 계원들 조차 서로를 잘 모른 채 운영되고 계원들은 계주가 돈을 어떻게 굴리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 결국 일정 기간이 지나 일정한 이익을 주겠다며 돈을 모으는 ‘다복회’, ‘한마음회’와 같은 ‘강남 귀족계’는 넓은 의미의 유사수신행위라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신기술 투자, 외환선물 투자, 부동산 투자 등을 명목으로 높은 배당금을 지급한다며 서민들을 유혹해 투자금 모집 후 업주 등이 잠적할 경우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유사수신 업체에 투자해 큰 손해를 본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유사수신은 피해자들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보이지 않는 살인 행위에요.”

 지난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A유사수신 업체의 말에 속아 2억여원을 투자한 정모(48)씨는 28일 그간의 맘고생이 떠오르는 듯 연신 담배만 뻐금거렸다.

 “와이프가 이자 많이 주니까 투자하자고 했을 때 말렸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뭔 소용이 있겠어요.”

 정씨는 지난해 5월 부인으로부터 외환선물거래란 다소 생소한 분야를 다루는 업체에 투자를 하면 매월 2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씨는 처음엔 반신반의 했지만 부인이 잘 아는 사람이 소개를 했기에 이를 믿고 1000만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이 정씨 가족에겐 불행의 시작이었다.

 1000만원을 투자한 다음달 원금과 함께 이자 200만원이 통장에 입금이 됐다.

 “눈 앞에 돈이 있는데 믿지 않을 사람이 어딨겠어요. 약정한 돈이 입금이 되니까 이 회사 믿을만하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달부터 정씨는 회사측에서 1년 약정으로 돈을 맡기면 매달 10%이자를 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다시 1000만원을 입금시킨 뒤 지난해 10월 3000만원을 추가로 입금시켰다. 정씨는 이런 조건이면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투자 권유를 시작했다. 이에 지난 1월까지 주변 사람 35명으로 모두 40억원을 A업체에 투자하게끔 했다.

 이때 정씨는 하지 말아야 할 결정을 하게 된다. 반년 넘게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자 정씨는 지난 1월 은행 예금과 아파트를 팔아 1억 7000여만원을 추가로 A회사 투자하게 된 것.

 문제는 이때부터 터졌다. 2월부터 그동안 잘 들어오던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것이었다.

 회사측에서는 잠시 자금 사정이 안 좋아져 그렇게 됐으니 곧 넣어주겠다고 답을 했지만 그 이후로도 이자는 들어오지 않았다.

 정씨는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다른 투자자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닌가란 의심을 품게 됐다.

 백방으로 A 업체에 대해 알아본 정씨는 회장이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유사수신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정씨는 투자자들과 함께 A업체 회장을 유사수신 등의 혐의로 지난 5월 검찰에 고소했다. 당시 A업체 회장은 이미 다른 투자자들의 고소로 구속이 된 상태였다.

 정씨는 “회장이 구속이 됐지만 우리들에겐 돈을 돌려받을 수 있냐 없냐가 더 큰 문제”라며 “이 때부터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모으고, 경찰 조사 등을 받기 위해 집(부산)에서 서울을 수시로 오갔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오던 사업도 지난해 이미 정리를 한 상태여서 정씨는 현재 뚜렷한 직업도 없이 이 사건에만 매달려 있는 상태다.

 사기를 당했단 생각에 부인과 이혼까지도 고려했었다는 그는 “다른 피해자들을 보면 이혼은 비일비재하고, 투자를 권유해 손해를 본 다른 투자자들에게 협박을 당해 이민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며 “심지어 돈을 빌려서 투자한 사람은 최근 자살까지 한 경우도 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정씨처럼 A유사수신 업체에 투자해 피해를 본 사람은 3500여명으로 피해액만 3000여억원에 달한다.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현재 A업체에 민사소송을 준비중인 정씨는 “소송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투자금을 다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이런 일을 당하면 돈을 잃는 것 보다도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게 돼 사회에서 매장되게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피해자를 만나러 가야한다고 일어선 정씨는 유사수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유사수신은 투자란 이름만 붙였을 뿐 도박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것도 정정당당한 도박이 아닌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투자자들이 잃을 수밖에 없는 그런 도박행위입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