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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청년 백수들이여 깨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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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에는 ‘대5족’ 넘쳐

취업 눈높이를 낮추어야
박병헌 논설위원
며칠 전 서울의 한 구청이 환경미화원을 뽑는데 30대 후반의 박사과정 수료자가 응시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물리학 박사과정 수료자인 그는 20㎏ 모래 주머니를 달고 50m를 달리는 체력시험의 장벽을 넘지 못해 결국 고배를 들었다. 이른 새벽부터 지저분한 환경에서 고단한 작업을 해야 하는 환경미화원에 대졸자들이 응시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이젠 박사과정 수료자라니 씁쓸하기만 하다.

작금의 청년 실업 세태를 비유하는 신조어들이 수두룩하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에서 진화한 이구백(20대 90%가 백수), 삼태백(30대 태반이 백수), 장미족(장기간 미취업족), 취집(취직이 어려워 시집을 간다), 십장생(10대도 장래엔 백수를 생각해야 한다), 삼일절(31세까지 취업 못하면 절단) 등등….

대학 캠퍼스에는 ‘대 5족(대학 5년생)’으로 넘쳐난 지 오래다. 취업 준비를 위한 당연한 휴학과 함께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게 유행이 돼 버렸다. 오죽했으면 한 사립대학에서는 이번 학기부터 졸업 후에도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학사후 과정(post bachelor)’을 도입하기로 했겠는가. 이 과정을 마친 뒤에라도 일자리를 구한다면 천만다행이다.

세계에 몰아친 경제 위기로 노동시장은 경직되면서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고용불안을 타개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이지만 국내외 경제여건을 보면 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지난해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경제성장으로 3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신규일자리 증가는 30만개는커녕 20만개에조차 이르지 못해 청년들 가슴을 새카맣게 태우고 있다. 정부 또한 청년실업 해결 방안으로 공공부문, 기업 등 임시직에 불과한 ‘청년인턴’ 자리 7만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부 힘만으로 해결되리라는 생각은 백년하청에 불과하다.

어학연수는 기본이며 화려한 영어시험 성적을 자랑하는 우리 청년들이 왜 ‘이태백’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고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실업의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심각한 구직난 속에서도 중소기업은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인난에 빠지는 노동의 미스 매치(miss match) 현상이 극심하다. 중소기업이든 3D 업종이든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름답고 소중하다.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가 따로 없다. 일자리는 모두 숭고할 뿐이다.

좋은 일자리를 갖도록 자녀들에게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이고 대학에 보낸 부모의 심경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자녀를 과보호하는 울타리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대학졸업 후에도 부모에게 얹혀 사는 캥거루족이니,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프리터족 등의 유행어들은 현실이다.

구직자가 얼마나 강한 도전정신을 갖고 있는지, 다양한 경험을 했는지 등을 살피는 게 최근 기업의 채용동향이다. 영어능력은 차후다. 고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직업에 대한 눈높이가 높은 것도 큰 문제다. 두산그룹 회장인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이 지난해 말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닭머리가 될지언정 소꼬리가 되지 말라(계구우후·鷄口牛後)’고 충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만 고집해 취업 재수생이 되기보다는 중소기업에서 실력과 경험을 키우는 것이 유리하며 노력과 열정이 있다면 또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되새겨 봄직하다.

환경미화원 시험에 낙방한 그를 지방의 한 화공약품 제조업체에서 채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두드린 자에게는 문이 열리기 마련이다. 청년백수들이여 깨어나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의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다.

박병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