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여권서도 '김석기 사퇴론' 확산…"제2 촛불사태 올라"

청와대선 金내정자·元장관 거취 노코멘트
20일 ‘용산 재개발지역 참사’가 터지자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여권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경위야 어찌 됐든 인명 피해가 큰 만큼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다. 특히 이번 사건은 반여(反與) 정서를 한껏 자극할 대형 악재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막대할 수 있다.

사회 취약 계층이 ‘희생’됨으로써 ‘제2의 촛불사태’를 촉발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심 악화의 불길을 차단하는 ‘선제적 대응’이 김 내정자의 퇴진 카드인 셈이다.

김 내정자는 경찰 진압의 지휘선상에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이다. ‘과잉 진압’ 논란의 빌미가 된 경찰 특공대 투입을 승인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면피가 힘든 처지다.

노무현정권 때인 2005년 12월 농민시위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허준영 경찰청장은 결국 책임지고 사퇴한 바 있다. 그때보다 이번이 훨씬 심각하다. 이에 따라 김 내정자가 물러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라는 게 여권 내부의 기류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불똥이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에게로까지 튈 수 있다는 점이다. 원 내정자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지휘선상에 포함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비등하면 김 내정자는 물론 원 내정자의 거취도 불안해질 수 있다”며 “둘 다 상처를 입으면 집권 2년차 새 출발의 구상은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빨리 김 내정자를 ‘포기’하는 대신 원 내정자를 살려야 한다는 주문이 여권 내부에서 늘어나고 있다. ‘문책 인사’에 소극적인 이명박 대통령을 압박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다만 김 내정자가 사퇴를 하더라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설(26일) 이전이냐, 설 이후냐가 변수로 꼽힌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심 수습을 위해 설 이전에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며 조속한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김, 원 내정자의 파면을 요구하며 설 연휴를 겨냥한 정치 쟁점화에 주력했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조기 사퇴하면 원 내정자가 즉각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논리에서 ‘설 이후’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설 연휴가 길어 여론이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단 진상 규명을 지켜보며 시간을 벌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두 사람 거취에 대해 “노 코멘트”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