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어제 “실질적 효과가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파격적 예산을 편성하자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이른바 ‘슈퍼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를 놓고 불거진 여권 내부 논란과 관련해 찬성 쪽에 당론의 무게를 실은 셈이다. 재정 건전성 우려에 대해서는 “경제가 살아나야 재정 건전성도 있다”고 잘라 말했다. 전날 안경률 사무총장도 같은 취지로 운을 뗐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졸속 통과시킨 2009년도 예산안은 허점투성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잘못 전망한 채 국세 수입을 잡고 그것을 토대로 재정운용의 얼개를 짰으니 상당 부분이 숫자놀음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윤증현 경제팀의 추정대로 올해 성장률이 -2%에 그친다면 이것만으로도 10조원 안팎의 세수 부족이 발생한다. 경기 둔화로 세외수입 감소도 피할 수 없다. 민생고 대응과 경기 부양에 쓸 추가 재원도 요구된다. 서둘러 막아야 할 구멍이 한둘이 아니다.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면 신속하고 실효 있게 처리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거나 적정 규모의 대응을 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화를 부를 뿐이다. 국가와 국민의 부담도 늘어난다. 원점에서 새로 예산안을 짜는 자세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3일 ‘글로벌 딜’을 주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정이 급박하니 공론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경제정책은 실기하면 효과가 반감되기 일쑤다. 추경 편성 시기와 규모는 물론 실행 프로그램까지 지혜를 모아 면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당리당략적 접근은 금물이다.
함정도 없지는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세입 기반 없이 지출만 늘리면 뒷탈이 크게 마련이란 점이다. 비효율적 집행도 우려된다.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오죽 하면 한나라당 소속인 이한구 의원이 “재정 지출이 늘기만 하면 경제가 살아나는 걸로 착각하지만 중요한 건 예산의 효율성”이라 쓴소리를 했겠는가. 근거 있는 반론에는 귀를 기울여 시행착오를 막아야 한다. 낭비할 시간도, 예산도 없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