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을 염원하는 스타들에게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WMA)란 이름은 꽤 친숙하다. 배우 김윤진이 TV드라마 ‘로스트’에, 가수 겸 배우 비가 ‘닌자 어쌔신’ 등에 출연할 수 있도록 지원한 곳이 WMA이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 역시 이 회사와 계약을 맺고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KOCCA)은 우리 문화콘텐츠에 대한 WMA의 오랜 경험과 깊은 이해, 각별한 인연을 높이 사 지난해 양국 간 대중문화 교류·협력을 위한 상호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스튜어트 텐저(52) WMA 수석 부사장은 뉴욕과 베벌리힐스,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등에서 근무하는 800여명의 에이전트 중에서도 최고 ‘지한파’로 통한다. TV 분야와 뉴미디어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그는 지난해 9월부터 ‘한국팀’(Team Korea) 팀장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 문화콘텐츠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이라는 주제로 KOCCA가 주최한 비즈니스워크숍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나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미국 내 위상과 현황, 전망을 들었다. 최근 장자연씨 죽음을 계기로 일부에서 제기하는 연예산업의 등록제 및 매니지먼트·에이전시 분리에 관한 그의 의견도 물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KOCCA)은 우리 문화콘텐츠에 대한 WMA의 오랜 경험과 깊은 이해, 각별한 인연을 높이 사 지난해 양국 간 대중문화 교류·협력을 위한 상호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스튜어트 텐저(52) WMA 수석 부사장은 뉴욕과 베벌리힐스,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등에서 근무하는 800여명의 에이전트 중에서도 최고 ‘지한파’로 통한다. TV 분야와 뉴미디어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그는 지난해 9월부터 ‘한국팀’(Team Korea) 팀장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 문화콘텐츠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이라는 주제로 KOCCA가 주최한 비즈니스워크숍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나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미국 내 위상과 현황, 전망을 들었다. 최근 장자연씨 죽음을 계기로 일부에서 제기하는 연예산업의 등록제 및 매니지먼트·에이전시 분리에 관한 그의 의견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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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어트 텐저 WMA 수석 부사장은 한국 콘텐츠가 할리우드적 방식을 답습하기보다는 한국 고유의 특성을 살릴 때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남제현 기자 |
“경쟁력 있는 한국 배우나 감독, 작가를 발굴해 이들에게 관심 있는 미국 제작사와 연결하는 게 일차적인 업무다. 영화나 드라마, CF 등을 통해 한국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우나 작가, 감독과 접촉해 계약을 맺고 이들의 미국 활동을 지원한다. 현재 4∼5명과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우리 팀이 꾸려진 주된 이유는 셀러브리티 스카우트가 아니라,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으나 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콘텐츠를 소개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은 할리우드물의 주요 수요자인 동시에 창의적인 콘텐츠의 보고(寶庫)다. 기존 할리우드에서 찾아볼 수 없던 매력의 배우, 작가가 많고 독특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이 적지 않다. 신선한 스토리텔링 찾기에 분주한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한국에서 유행하는 모든 것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캐릭터가 강하고 이야기 전개가 독특한 한국 만화의 경우 3∼4년 안에 하향세에 있는 일본 만화를 대신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온라인게임은 미국 비디오게임업자들로부터 ‘게임의 미래’라고까지 평가받고 있다.”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 대중문화가 드물다.
“미국 진출 과정에서 한국 콘텐츠 자체가 갖는 창의성이나 매력을 희석시켜 버리는 사례가 많았다. 픽사나 디즈니에서도 흔히 찾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한국 작품이라는 이유로 선택하는 관객은 없다. 한국 고유의 색깔과 정체성, 스토리텔링을 담아야 한다. 또 특정 장르나 엔터테이너의 성공은 그 자체의 질보다는 ‘코리아’라는 브랜드 파워나 시장환경과 맞물릴 때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인이 한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만한 문화적, 사회적 환경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통해 영화와 대중음악, TV물, 게임 등 다방면에 걸친 양질의 콘텐츠가 한꺼번에 제시돼야 한다.
미국 시장 변화에 관한 면밀한 분석도 중요하다. 미국 중부해안 중심으로 이뤄지는 미국 음반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일본 최고가수 우타다 히카루의 사례는 비나 보아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넌버벌 퍼포먼스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경우 경기침체 여파로 대형작품만 내걸고 있는 브로드웨이의 상황을 감안해 ‘난타’ ‘점프’의 프로모션과는 다른 투어 형식의 단기공연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외국 출신이라고 해서 미국 배우들과 구별되는 기준이나 프로세스는 없다. 구별이 없다는 것은 차별은 물론 우대도 없다는 의미다. 미국 배우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영어 구사력은 기본이다. 영화나 TV물을 통해 미국 정서나 흥행 포인트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목표 지점과 차별화 전략을 분명하게 세워서 그에 따른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필요하다. 1년 중 두 달은 미국에서, 나머지 열 달은 한국에 머무는 방식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미국 에이전시 역할이 한국의 연예기획사와 달라 혼란을 겪는 이들이 많다.
“미국의 에이전시는 법적으로 매니지먼트 업무를 할 수 없고 괜찮은 연예인을 찾아 계약하고 이들에게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에만 역할이 한정된다. 제작에도 관여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작가와 감독, 제작자, 배우 등을 한데 엮어 제작사에 프로젝트 단위로 제시하는 ‘패키지’ 방식이 많아졌다. 단순히 고객인 배우와 감독, 제작사를 연결하는 차원을 넘어 에이전시가 보유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1차적으로 가공된 팀을 통째로 제작사에 제공하는 것이다. 또 경영자문과 홍보, 배급, 판매, 투자 유치 등의 서비스도 한다.”
―일부에선 한국 연예산업 시스템을 미국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매니지먼트나 에이전시나 모두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인간적인 대우나 접근이 엔터테이너의 창의성을 더 꽃피운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그 창의력이 미국식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확보되진 않는다. 매니지먼트와 에이전시, 그리고 때로는 제작 업무까지 함께하는 한국 연예기획사는 어찌 보면 미국의 연예산업보다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단 연예인 처우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각 주정부와 배우·작가·감독 노조라는 보완책을 갖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한국 연예계가 가진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없애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