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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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의 남자' 강금원·박연차, 이제는 '엇갈린 행보'

강, 이념적 동지로 후원… 자주 봉하마을 찾아
박, '리스트' 순순히 불어… 친노측과 거리두기
◇강금원                             ◇박연차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참여정부 시절 ‘노의 남자’로 통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끈다. 로비 대상자 명단을 순순히 불며 ‘친노’ 진영과 거리두기에 나선 박씨와 달리 강씨는 지금도 수시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는 등 노 전 대통령과 끈끈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두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을 후원한 배경 자체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박씨가 ‘대통령 후원자’라는 위상이 가져다 줄 ‘떡고물’을 기대해 지갑을 열었다면, 강씨는 순수하게 ‘인간 노무현’의 이념적 동지로 후원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박씨는 사업에 도움만 된다면 여야를 불문하고 돈을 뿌리는 ‘문어발식’ 로비를 벌였다. 반면 강씨는 노 전 대통령 측근 말고 다른 정치권 인사를 후원한 사례가 거의 없다.

자금 성격도 다르다. 2007년 8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강씨,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만난 박씨는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기념사업 지원금으로 홍콩 계좌에 넣어둔 ‘비자금’ 5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50억원)를 제안했다.

강씨는 “말도 안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해 헤어졌고, 그 뒤론 만나지 않았다. (박씨는) 비자금 성격의 돈이 아니면 지원하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성 경위가 의심스러운 돈을 후원금에 활용하려 한 박씨와 달리 강씨는 노 전 대통령 측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합법적인 자금을 끌어들이려 했다고 한다.

강씨가 봉하마을 개발을 위해 출자해 세운 ㈜봉화가 대표적이다. 강씨는 자신이 소유한 창신섬유와 시그너스골프장에서 총 70억원의 자금을 동원했다. 이 투자는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친 것으로, 외관상 문제가 없는 돈 흐름을 보였다.

강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씨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박씨를 ‘돈으로 권력을 산 로비스트’라고 지칭하며 “(박씨와) 나란히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언짢다”고 언성을 높였다.

사실 기업 규모는 태광실업이 창신섬유보다 훨씬 크다. 이 때문에 박씨는 강씨를 ‘사업가’로 인정하지 않고 노 전 대통령의 ‘심부름꾼’쯤으로 얕잡아 봤다고 한다. 박씨는 최근 검찰 조사과정에서 강씨 발언을 전해 듣고 “굉장히 불쾌하다”며 얼굴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