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과 관련해 박찬종 변호사(사진)의 행보가 무척 조심스러워졌다. 박 회장과 서울구치소에서 면담한 내용을 일부 신문에 공개한 뒤 변호사 윤리규정 위반 논란이 불거진 이후부터다.
당시 검찰은 이에 격분해 변호사 윤리규정 위반이라며 대한변호사협회에 통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일 박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면담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공개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박 변호사는 박 회장의 사건을 정식으로 수임했다. 아직까지는 박 회장의 검찰조사에 입회하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면 입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윤리규정 위반 논란에 대해 “분명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사실관계와는 별도로 박 회장의 심정이나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또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박 회장이 ‘모든 것을 다 털어놓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가 박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너무 많은 것이 알려져 이것저것 감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다 털어놔야 한다’고 설득한 것이 와전됐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그러나 박 회장과의 면담에서 오고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불거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의 소원한 관계에 대해서도 “그 부분은 박 회장과 이야기를 하지 않아 잘 모르는 일”이라며 입을 닫았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사가 박 회장을 면담한 뒤 혐의사실을 밖에 알려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특히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변호사가 질문지를 들고 가 면담을 하고 내용을 언론에 공표하는 게 변호사 윤리에 맞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