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박연차 비자금, 차명계좌만 500개… 수천억 달할 듯

4700개 계좌 3조5000억 자금 확인…중복된 금액 빼면 실제 1조원 남짓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은 얼마나 될까. 대검 중수부가 5일 박씨 사건과 관련해 들여다보고 있는 자금이 총 3조5000억여원이라고 밝히면서 박씨의 전체 비자금 규모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그간 검찰 안팎에선 비자금이 최소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 무성했다.

검찰은 20여명의 자금추적팀 인력을 가동해 태광실업 본사가 있는 경남 김해를 오가며 4700여개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3조5000억여원의 자금을 찾아냈다. 여기엔 가족이나 임직원 명의를 빌린 500여개 차명계좌도 포함됐다.

검찰은 일부 자금이 여러 계좌를 거치며 중복 합산된 점을 들어 실제 자금은 1조원 남짓일 것으로 보고 있다. 100억원의 자금이 A, B, C 3개 계좌를 거쳤다면 300억원으로 계산되는 만큼 3조5000억여원은 원래보다 3배쯤 불어난 금액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태광실업 홍콩 현지법인 APC 자금 685억원과 베트남 현지법인 태광비나, 중국 현지법인 청도태광의 자금까지 더하면 비자금은 최소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검은돈’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 기법은 다소 복잡하다. 박씨가 금품을 건넬 때 현금이나 달러를 썼기 때문에 자금 추적을 해도 금품 수수자가 누군지 곧장 알아낼 순 없다.

검찰은 일단 어느 시기 ‘뭉칫돈’이 인출됐는지 특정한 뒤 해당 시점에 박 회장과 집중적으로 통화한 인사가 누구인지, 여비서 다이어리에 누구와 만났다고 적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로비 대상자를 찾아내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현재 계좌 추적이 70∼80% 진행됐지만 정확한 비자금 규모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박씨가 양도소득세 47억2000여만원 등 총 290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밝혀냈다. 검찰이 비자금을 모두 찾아내면 박씨 횡령 혐의가 추가되거나 탈세액이 늘어날 전망이다.

김정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