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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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노무현 '정조준'…'부끄러운' 전직대통령 한 명 더 늘게 되나

급물살 타는 검찰수사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7일 대검 중수부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체포한 데 이어 대전지검 특수부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구속기소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2007년 8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에 대비한 자금 조달을 의논한 당사자다. 더욱이 정씨가 박씨한테 받은 불법 자금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스스로 이날 “내가 썼다”고 밝혔다.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는 ‘부끄러운’ 전직 대통령이 한 명 더 늘게 됐다.

◆‘입’맞추기 막으려고 서둘러=검찰이 이른바 ‘3자회동’ 참석자들의 신병 확보를 서두른 것은 증거인멸 기도를 막기 위해서다. 정씨와 노 전 대통령은 고향 친구로 언제든 격의 없는 대화가 가능한 사이다. 강 회장은 2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직접 찾아 노 전 대통령과 면담했다. 이들의 잦은 접촉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입’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

태광실업 홍콩 현지법인 APC 계좌 자료가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것도 수사 속도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검찰이 홍콩 사법당국에서 넘겨받은 30쪽 분량의 자료에는 전표, 송금 영수증, 거래내역, 일지 등이 첨부돼 있다. 박씨가 지난해 2월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5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50억원)를 송금한 정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연씨의 체포나 소환조사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씨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기념사업에 박씨 돈 50억원을 끌어들인다는 구상에 따라 이 돈을 해외에서 무사히 받아 국내에 전달할 당사자로 연씨를 지목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연씨 대리인은 앞서 “정씨를 통해 박씨에게 50억원 투자를 요청했다”고 말해 정씨의 ‘개입’을 시인했다.

◆노 전 대통령 조사 임박=노 전 대통령은 정씨가 2005∼06년 박씨한테 받은 2억∼3억원에 대해선 “내가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 사용한 것이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50억원에 대해선 “퇴임 후 알았다. 실제로 사업에 투자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했다.

검찰은 어떤 식으로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정씨가 받은 박씨 돈이 실은 노 전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확인해야 한다. 돈이 오간 시기는 노 전 대통령 임기 도중에 해당하는 만큼 뇌물수수죄 적용도 가능해 보인다. 50억원의 경우 처음엔 “열흘 전에야 알았다”던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알았다”고 말을 바꾸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박씨를 대리하는 박찬종 변호사는 이미 “50억원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봉하마을 근처 화포천 정비 등에 쓰라고 준 돈”이란 입장을 밝혔다. 적어도 출발선에서 50억원의 목적지는 노 전 대통령이었다는 이야기다. 돈의 실제 도착지는 이제 정씨와 연씨 진술에 따라 가려지게 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