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盧前대통령 사과에 시민들 `실망·허탈'

"깨끗한 대통령인 줄 알았는데… 배신감 느껴져"

시민단체들 "정치적 압력 작용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정상문 전 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을 받아 사용했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올린 것이 보도되자 시민들은 "믿었던 전직 대통령에게 배신당한 기분이 든다"며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울산에 사는 주부 이모(53)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은 정말 깨끗한 사람인 줄 알았다"며 "그런 대통령이나 주변 사람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제 누가 정치인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30)씨는 "빚을 갚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세상에 핑계없는 무덤이 어디 있겠나. 고위 공직자 가족이 그런 식으로 돈을 받아챙긴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과거 노무현 정권을 지지했던 입장에서 가장 큰 기반인 청렴성과 도덕성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게 돼 안타깝지만 이번 돈 거래에 대한 수사는 확실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남구 논현동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감모(30)씨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소 소탈하고 손자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다니는 등 서민 대통령으로 보여주는 모습들이 사실 설정된 것이었는지, 연기가 아니었는지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위급 간부도 "설마 노 전 대통령도 돈 문제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면서 "서민적인 이미지가 강해 역대 대통령과는 다를 줄 알았는데..도대체 다른 것이 뭐냐"고 혀를 찼다.

보도를 접한 시민단체 관계자들 역시 진보·보수 단체를 막론하고 노 전 대통령의 부적절한 처사를 규탄하면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변철환 대변인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잘못을 일정 부분 시인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이번 사안은 사과 한마디로 끝날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단순히 돈을 빌린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도 "참 기가 막힌 일"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이 영부인이 되기 전에 돈을 받은 것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영부인 시절 받았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포함해 관련된 사람 모두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티즌들 역시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며 "전직 대통령이 또 한 번 부적절한 돈거래에 연루돼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무적함대'는 "스스로 사과한 용기는 인정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논란이 되는 돈을 받은 것 자체가 문제"라며 "그 정도의 도덕성도 지키지 못한다면 애초에 대통령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아이디 `steven'역시 "대통령 선거 때는 도덕성 하나로 지지를 호소하더니 결국 이런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며 "이번 기회에 단호히 처벌해서 다시는 돈과 관련한 비리를 저지르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