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조사 이후 쉽게 신병처리를 결정짓지 못하는 것은 구속기소와 불구속기소 어느 카드를 선택하더라도 부담이 너무 큰 탓이다. 구속기소를 하자니 여론이 심상치 않고, 불구속기소를 택하자니 검찰이 줄곧 공언해 온 엄정수사 원칙에 어긋난다. 결국 검찰 손에는 ‘제로 섬’이 아니라 ‘마이너스 섬’이 되는 카드만 쥐어진 셈이다.
여론은 오히려 불구속 수사 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비교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진압하고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전·노씨에 비하면 노 전 대통령의 혐의는 가볍다는 논리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은 정황이 없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이는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소환시기 등을 놓고 지나치게 고민하면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검사들은 ‘수사는 생물’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수사과정에서 변화와 변수가 많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수사에서 원칙과 정도가 항상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사 흐름을 타서 밀고 나가야 한다.
여러 요소를 고려하다 보면 수사는 어느새 법과 원칙보다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쉽다. 여론도 금세 바뀌어 버린다.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이후 검찰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많은 요소를 고려하다 보니 검찰이 오히려 막다른 골목에 부닥친 형국이다. 노 전 대통령 소환날짜를 놓고 4·29 재보선을 고려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게 사실이다.
최종 신병 결정을 놓고서도 수사팀 의견보다는 검찰 수뇌부와 여론의 동향에 더 많이 의존하는 듯한 모습이다. 4일 수사팀이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수사결과를 보고하면서 신병처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검찰이 스스로 밝힌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검찰의 통상적인 사건처리 전례에 비춰 이례적이다. 수사팀과 검찰총장 의견이 다르게 나올 경우 파장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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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박한 盧 사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5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의 검찰 재소환 등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측과 3시간 동안 숙의를 한 뒤 김경수 비서관의 배웅을 받으며 사저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하지만 검찰이 구속수사를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작지 않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 가족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았다는 600만달러의 실체를 노 전 대통령 본인이 재임 중에 알았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검찰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이라도 된다면 ‘후폭풍’은 만만찮다.
그렇다고 불구속 수사를 밀어붙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수사팀은 구속수사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뇌부가 외부적 요인을 고려한다는 내부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원칙을 포기하고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기소할 경우, 권양숙 여사와 건호씨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도 검찰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된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