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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韓·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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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능가하는 경협 틀 만들어

北核 규탄 성명도 또다른 성과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동남아국가연합인 아세안(ASEAN)은 동아시아에서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세안을 구성하는 10개국 하나하나를 보면 경제규모가 미미하다. 가장 큰 경제를 가진 인도네시아도 규모가 4300억달러 정도로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된다. 그다음으로 큰 태국은 우리나라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 그러나 아세안 전체를 합하면 1조2800억달러로 우리나라 경제규모의 1.3배에 이른다. 이런 아세안 국가가 1967년 지역협력체를 건설한 이래 한편으로 역내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동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지역 차원의 경제협력과 안보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가장 중요한 형태인 아세안+3는 아세안이 동북아의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를 정상회의에 초대하면서 설립됐다. 그리고 아세안+3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인식되고 최근에는 동아시아의 지역통화협력기구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도 아세안의 통화스와프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나아가 아세안은 동북아 3국의 각 나라와 아세안+1의 형태로 쌍무적 협력관계도 맺고 있다. 아세안은 우리나라 및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일본과는 개별 국가 차원에서 FTA를 맺고 있다.

이러한 아세안의 정상과 기업인을 이번에는 우리나라가 제주도로 초빙해 특별정상회의와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개최했다. 우리나라와 아세안 간의 대화관계 수립 20주년을 기념하면서 양자관계를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우리의 이러한 시도는 매우 성공적인 출발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한국과 아세안은 이번 회의를 통해 투자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상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경제교류의 전 영역에 걸친 FTA를 완성하게 됐다. 중국과 일본을 능가하는 경제협력의 틀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양자 정상회담 및 기업인과의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경제협력사업의 추진과 경제협력 강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번 회담의 또 다른 성과는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특별성명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아세안 정상은 북한의 핵실험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행위라는 사실에 기꺼이 합의하고 공동언론선언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국제적 공감대를 넓힌 것이다. 이는 차기 아세안지역포럼(ARF) 회의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통한 한·아세안 협력 강화는 동아시아 협력과 이를 위한 한국과 아세안의 역할 및 입지를 강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동아시아의 두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는 한국과 아세안이 서로 손잡고 나아가면 동아시아 협력의 추진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과 아세안이 따로 행동하면 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잃어버리고 지역질서도 강대국의 대립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 예컨대 최근에 합의한 CMI의 기여금 분담비율과 이에 따른 투표권의 배분이 이를 잘 말해준다.

또한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은 지역협력이 보다 호혜롭고 수평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두 강대국에 끌려다니기보다 오히려 두 강대국을 한국과 아세안이 주도하는 협력의 틀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단번에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아시아 호혜협력을 위해, 그리고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한국과 아세안은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확연히 인식하는 계기를 가졌다. 이제 남은 것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서로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고 합의된 협력사업을 착실히 실천해 가는 일이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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