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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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막은 靑… 속타는 한나라

입력 : 2009-06-12 19:53:25
수정 : 2009-06-12 19: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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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쇄신 요구에 묵묵부답 일관
일각선 “무기력한 여당도 책임”
한나라당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국정쇄신과 국민통합 요구에 청와대가 귀를 막고 있어서다. 4·29 재보선 참패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여당은 청와대에 국정쇄신을 촉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여당 쇄신파는 최근 급격한 민심 이반의 원인은 독선과 오만으로 일방 독주한 청와대의 국정운영에 있다고 지적한다. 한 쇄신특위 위원은 12일 “혼란스러운 국정상황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 표명과 더불어 부자 중심 정책과 밀어붙이기식 국정기조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측근들에 대한 인적 쇄신도 단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다”며 쇄신의 ‘쇄’자조차 언급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여론이나 정치권의 요구에 떠밀려 인사 쇄신을 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가 현 시국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개혁성향 초선 의원은 “여권은 책임감과 추진력을 완전히 상실한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그런데도 청와대는 아무 대처방안도 내놓지 않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 중진 의원은 “조문 정국을 거치면서 민심이 급격히 나빠졌는데도 그런 국민 정서를 외면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청와대의 태도는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당 일각에선 청와대의 일방통행에 대한 여당 책임론도 제기된다. 김성태 의원은 “당이 지난 15개월 동안 청와대와 정부의 독주와 독선에 대해 한 번이라도 제대로 브레이크를 건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싱크 탱크인 윤여준 전 의원도 “여당은 민의를 반영해서 바른 소리를 했다가 청와대에서 부정적 신호를 보내면 쏙 들어간다”면서 “거대 여당이지만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