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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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색찾기 힘든 백화점식 메뉴… 현지화 안돼 고객은 교민 국한

>> 해외진출 한국음식점은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한국의 요리”

잔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 요리의 세계화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9년 한식 세계화 추진에서 주제 없는 한상차림, 과다한 반찬, 고급이미지 부족, 대중·고급 식당별 차별화된 전략 부재, 정보 부족, 인력 고용 문제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1만여개로 추정되는 해외 한식당은 대부분 교민, 관광객을 상대로 하고 운영자도 교민이다. 게다가 음식도 떡볶이에서 삼겹살까지 식당마다 한국 음식을 총망라했다. ‘백화점’식 메뉴와 지나치게 다양한 메뉴, 식당마다 다양한 분위기로 한식의 특색을 찾기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관광객과 교민을 상대로 한 교민들의 경쟁만 치열하다.

대중음식점에서 매장 분위기는 일본 요리사 복장, 앞발을 든 고양이 ‘마네키네코’, 일본식 목조건물 등을 내세우고 메뉴에서는 전문 고급 초밥집과 대중적인 라멘집, 돈까스, 덮밥집, 선술집 등을 따로 전문화한 일본과 대비된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자국 음식 세계화를 추진했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을 통해 체계적인 정책을 진행해 온 것이다. 일본 정부는 외식산업종합조사연구센터를 설립했고, 민간 차원에서는 정부 지원 하에 일본 레스토랑 해외보급 추진기구가 조리교육, 해외정보 수집, 홍보 등을 추진해 왔다.

태국의 경우도 2001년부터 세계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프로젝트는 해외진출 레스토랑에 대한 저리자금 융자 지원, 해외 태국 식당 인증제도 운영, 태국 조리사 양성교육 실시, 정부 포털사이트를 통한 태국 음식 및 식당 관련 종합정보 제공 등을 골자로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발걸음은 더디다. 해외 한식당 현황은 고사하고 해외로 진출한 프랜차이즈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외식연감 2009년 자료를 인용해 해외 진출 프랜차이즈 현황을 16개 업체, 71개 점포라고 밝혔지만 확인 결과 외식연감이 작성되기 2∼3년 전 이미 몇몇 프랜차이즈는 해외매장을 철수했다.

한식당 외관과 함께 맛의 표준화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한정식 외에 라면, 떡볶이, 김밥 등을 어떻게 하느냐는 한식의 개념도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