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가고 있는데 강남역 7번 출구 앞 골목에서 한 커플이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야동’만큼이나 커플 다툼에 관심이 많은 나였기에 월드컵 심판 같은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골목 한 귀퉁이에서 휴대전화기를 귀에 댄 채 관전을 시작했다. 그때 내가 들은 부분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응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뭘? 니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무조건 잘못했어.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그냥 다! 다 내가 미안해! 내가 무조건 사과할 테니까 화 풀어.”
아마도 남자가 무언가 실수를 했고, 그로 인해 살짝 마음이 상한 여자를 달래주려는 것 같아 보였다. “내가 잘못했다고 했지? 그럼 더 이상 어떻게 할까?”라고 소리치는 남자들 보다야 낫다고 할 수 있지만 ‘그냥’, ‘무조건’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여자친구의 마음을 풀어주는 데 소질이 있는 남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로서는 여자가 화를 내면 일단 화를 풀어주려고 노력한다. 그 1차 목표가 너무 강한 나머지 급하게 여자의 마음을 풀려고 노력하며 ‘그냥 모두 내 잘못’이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성문화가 남녀 간의 다툼에 반영된 것으로, 이런 표현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여성의 화를 더 키울 뿐이다.
남자문화에서는 상대가 사과하면 일단 받아주지만, 여자문화에서는 상대가 사과할 때 ‘왜 미안한지’에 대한 부분을 짚고 넘어간다. 이런 여성들에게 남성들이 ‘무조건 내가 미안해’ 식의 무책임한 용서는 용서가 아니라 남자다운 척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미안함으로 느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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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길 듀오 대표연애강사 |
화해의 또 다른 법칙으로 ‘48시간의 법칙’이 있는데, 다퉜을 때 최대 48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냉전기간이 48시간 이상 지속되면 사소한 다툼이 ‘감정싸움’으로 흐르는 경우가 발생해 문제가 복잡해진다. 작은 불이 큰 불로 번지기 전에 잡아야 하듯이, 사소한 다툼은 그때그때 풀고 즐거운 연애를 했으면 한다.
듀오 대표연애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