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을 개발해 만든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하이원리조트에 야생화가 피었다. 벌노랑이, 수염 패랭이 등 백운산 경사면을 가득 덮은 여름 야생화들이 계절을 알린다. 불과 반년 전의 새하얀 설원은 지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가파른 경사면에 핀 꽃들의 여러 색감을 즐기다 보면 ‘산야의 정원’이 따로 없다. 경사면에서 야생화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이, 경사면 아래에서는 또 다른 명소가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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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중음식이든 반가음식이든 전통음식의 맛은 장맛에서 비롯된다. 이 원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맹상태 운암정 조리팀장은 곧잘 장독대를 만지며 정성을 쏟는다. |
운암정은 외국인과 가족 단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전통 음식을 선보이기로 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음식은 ‘낮것상’과 ‘식객반상’ 등 모두 22종. 낮것상은 양반가에서 먹던 상차림의 일종으로 찬품단자(饌品單子·메뉴)다. 만화 ‘식객’에 소개된 음식을 기본으로 한 상차림인 ‘식객반상’도 마련됐다. 음식값은 3만5000원부터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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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된 간장과 숙성된 김치를 담은 장독대는 운암정의 ‘맛’과 운치를 더하는 공간이다. |
“하이원 리조트를 찾는 1년 관광객만 450만명에 달합니다. 이들에게 고유의 음식을 선보이고 싶었지요.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관광객들에게 정통 한식을 선보이면 그게 ‘한류’이고 나라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 만들기에만 40년을 보냈다고 하지만, 정통 한식을 리조트 문화에 접목하기가 어렵지는 않았을까.
“요리는 알면 알수록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운암정 개장을 준비하면서 2년 동안 경북 영주의 약선당, 서울의 궁중요리연구원 등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습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분들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지요.”
접시닦이로 출발해 박정희와 김영삼 등 전직 대통령 4명이 지방 출장을 갈 때마다 곧잘 선임 요리사로 차출됐지만 이번처럼 긴장되지 않았다고 실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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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동안 은빛 설원을 가득 채웠던 스키어들의 모습 대신 다양한 빛깔의 야생화가 백운산 자락을 뒤덮었다. |
맹 팀장이 이번 요리에서 가장 신경을 쓴 대목은 의외로 ‘밥맛’이었다. 보통 고지대에서는 밥이 설익는 일이 잦고, 밥맛도 좋지 않다. 그래서 개발한 게 자체 도정 시설. 음식을 장만할 때마다 매번 쌀을 새로 찧는다. 밥맛을 본 하이원 식구들이 ‘햇밥’ 같다고 했을 때 가장 기뻤다. 또 하나 신경 쓴 대목은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 그러다 보니 음식의 느끼한 맛도 사라졌다.
정선=글·사진 박종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