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손은 그리스신화 ‘미다스의 손’을 능가한다. 미다스는 손에 닿는 물질을 황금으로만 변하게 했지만, 우리는 뭐든지 가능하다. 좀 과장하면 추종 불허의 연금술사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가 세계 최고라도 자르고, 째고, 꿰매는 손기술은 한국 의사를 못 따라온다. 나노 원자를 젓가락으로 집어 재배열하는 기술은 우리 과학자가 최고다.
한국인의 손맛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마도 ‘유전+훈련’인 듯하다. 아득한 선조 때부터 ‘손가락 문화’는 삶의 본류였다. 젓가락질은 기본이고 무술, 붓글씨, 공예는 일상이었다. 어머니의 나물무침과 바느질 한땀 한땀은 경이롭다. 그 손맛! 명불허전이다. 아이는 ‘곤지곤지 짝짝, 도리도리 짝짝’의 손과 머리 동작을 통해 우주의 천·지·인(天地人) 원리를 익혔다. 그것이 오랜 세월 우리 유전자 속에 켜켜이 저장돼 온 것이다.
유전적인 손은 다시금 후천적인 ‘손 교육’으로 이어진다. 초등학교의 연필 깎기와 공기놀이 등은 그 하나다. 젓가락질을 못 하면 금세 ‘상놈’이라는 꾸지람이 돌아온다. 그러니까 우리는 젖먹이 때부터 ‘피눈물 나는’ 손 기술을 다져온 셈이다.
오늘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선두 그룹에 들었다. 영어 ‘디지털(Digital)’이란 단어에 ‘손가락’이란 뜻이 있음을 아는가. 참으로 묘한 일이다. 우리 선조의 선견지명과 빛나는 유산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던가. 그 명품 손이 쇠락하는 듯한 징후가 감지된다. 주로 10대, 20대에서 그렇다. 연필 하나 제대로 못 깎는다. 미술학도의 스케칭, 치과대생의 수기(手技)도 예전만 못하다. 젓가락은 포크와 나이프에 자리를 넘겨주고, 그 위대한 손가락은 컴퓨터 자판과 휴대전화 문자판에 붙어 산다. 그것도 손가락 운동이지만 전후·좌우 2차원 동작에 불과하다. 본래 우리 손가락은 전후·좌우·상하 6방(方)이 자유자재 아닌가.
첨단 기계의 편리함 앞에 손의 기능이 후퇴하고 있다. 손이 무뎌지면 뇌력(腦力)도 떨어진다. 컴퓨터야 어쩌겠는가. ‘젓가락질·연필 깎기’를 의무화할 수도 없고, 대책이 시급하다. 손맛 없는 디지털 한국은 공허할 뿐이다.
조민호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