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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반 일리히 지음/박홍규 옮김/생각의나무/1만3000원 |
이런 시각과 생각의 회로가 결코 황당하지만은 않다. 세계적인 석학 이반 일리히는 이미 40년 전 이런 의견을 개진했다. 르몽드와 뉴욕타임스 등에 의해 ‘20세기 세계 지성’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2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2002년 독일에서 생을 마감한 그는 세계 지성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탈리아 로마와 미국,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대학의 부총장과 가톨릭 신부로 역할을 하기도 했으니, 학교의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교수이면서 신부이기도 했던 그는 자신이 속한 교회와 대학의 존재가치 자체를 철저하게 부정했다. 그러고는 그곳을 벗어났다. 그가 ‘학교를 없애자’는 쇳소리를 낸 것은 1971년. ‘학교 없는 사회’라는 저서를 통해서다. 현대산업사회가 절정으로 치달아 학교 개혁 목소리가 터질 때 당당히 ‘학교 추방’을 주장했다. 이후 숱한 저서를 남겼지만 일약 20세기 문명의 폐부를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시한 ‘급진적 사상가’로 인정받은 것은 이 책이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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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열 혹은 교육중독증 현상까지 보이는 한국적 현실에서 학교교육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학교는 경제성장에 든든한 힘이 됐지만 인간으로서 본래의 자율성 상실에도 큰 역할을 했다. |
‘학교 문제’가 어느 곳보다도 심각한 한국에서도 그의 명저는 그간 다섯 차례 번역돼 출판됐다. 특히 1970∼80년대에 4회나 번역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옮긴이는 박홍규 영남대 교양학부 교수. 법과대학 교수로 있다가 법학전문대학이 탄생하자 교양학부로 옮긴 학자다. 이번 번역의 방점은 단어의 객관화이다. 당장 제목부터 바꿨다. 그간 네 차례나 ‘탈학교의 사회’로 번역됐던 제목을 원제(Deschooling Society)를 살려 ‘학교 없는 사회’로 돌려놓았다. 박 교수는 지난해 영남대에서 가진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반 일리히의 삶을 존중하고 동경한다고 굳이 설명했다. 옮긴이의 말은 저자의 말만큼이나 가슴에 남는다.
“병원이 건강의 걸림돌이 되고, 교통수단이 이동의 장애물이 되며, 경찰은 사회정의 실현의 장애물, 정당은 민주정치의 장애물, 언론은 의사소통의 걸림돌이 돼 버린 오늘의 현대문명에서 학교는 제도화된 그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장애물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서 옮긴이의 말처럼 ‘敎育’보다는 ‘交育’이라는 한자말이 더 절실해진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