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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플라이트…웃음꽃 피는 ‘즐거운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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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비행기에서 기기 결함이 발견돼 긴급 회항이 결정된다. 더욱이 돌아와야 할 공항은 태풍이 무섭게 몰아치는 악조건 속에 놓여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비행기 재난 영화로 여겨질 법하다. 16일 개봉한 일본 영화 ‘해피 플라이트’는 그러나 ‘워터보이스’와 ‘스윙걸스’를 만든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손을 거치며 러닝타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 코미디물로 변모(?)한다.

코미디라면 일가견이 있는 야구치 감독도 애초 영화를 구상할 때는 비행기 재난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2년여에 걸쳐 100명이 넘는 항공업계 관계자들을 취재하면서 연출 방향을 전환한다. 비행기 재난은 현실에서 일어나기도 힘든 일인데다 비행기 1대가 무사히 뜨고 내리는 데 관여된 수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더 큰 매력을 줬기 때문이다.

영화는 조종사와 승무원뿐 아니라 관제소, 통제실, 지상 근무자, 정비사, 조류 퇴치사 등 비행에 관여하는 여러 곳의 다양한 모습을 담는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는 현장에서 서로간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일. 영화는 연기자의 개인기에 의존하기보다는 그러한 충돌 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에서 유쾌한 웃음을 이끌어낸다. 기장 승격을 위한 최종 비행에 나선 스즈키 부기장(다나베 세이치)과 국제선에 처음 배치된 스튜어디스 에쓰코(아야세 하루카) 등 좌충우돌 풋내기들의 엉뚱한 캐릭터 자체가 갖는 코믹 요소도 빠질 수 없다.

풋내기들을 이끌어주는 베테랑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에츠코를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쭐을 내던 ‘마녀’ 스튜어디스 팀장은 실수한 후배를 위해 탑승객에게 무릎을 꿇고, 평소 컴퓨터 작동에 능숙하지 못해 후배에게 타박을 당하던 통제실의 노장은 어느새 공황에 빠진 통제실을 지휘하고 있다.

결국 ‘해피’한 비행을 위해 중요한 것은 1명의 뛰어난 지도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팀 플레이’다. 이런 점에서 ‘해피 플라이트’는 남고생들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도전기(‘워터보이스’)와 대책 없는 소녀들 재즈밴드 활약상(‘스윙걸스’)을 다룬 감독의 전작들과 많이 닮았다.

세트가 아닌 실제 보잉 747기에서 보름간 직접 찍었다는 객실 장면들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린다. 조종사들이 한꺼번에 탈이 날 것을 염려해 서로 다른 식사를 한다는 식의 항공 상식은 웃음 이외에 이 영화가 주는 잔재미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