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무역학과 4학년 정범진(27)씨는 최근 한 인터넷 쇼핑몰이 진행하는 해외봉사단에 지원했다. 해외봉사활동 경험이 취업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에서다. 정씨는 “주변 친구들이 취업준비를 위해 해외봉사활동을 하는 걸 보고 가만히 넋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지원했다”며 “지원자가 많아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던데, 일단 도전해서 기회라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취업난 속에 이젠 토익 점수, 자격증만으로도 취업하기 어렵다. 공부는 공부대로, 자격증 보유는 물론이고 봉사 경력 등을 추가해 최상의 ‘취업스펙’(이력)을 갖춰야 한다. 봉사활동이 주요 스펙의 하나로 인식되면서 여름방학을 맞아 기업이나 단체가 모집하는 해외봉사단에 대학생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특히 기업이 활동비 전액을 지원해주는 봉사단은 경쟁률이 높아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이 이뤄지는 ‘본게임’인 입사 시험을 방불케 하고 있다.
해외봉사 파견 단체 코피온이 G마켓과 함께 지난달 캄보디아 봉사단 20명을 뽑는 데 5000명이 몰려 25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2월 첫 모집 때 20명 선발에 800명이 지원한 이래 지원자가 계속 늘고 있다. 지원자들은 엄격한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친 뒤 1박2일 합숙 교육과정을 통해 최종 선발됐다.
봉사단 지원 열기가 높자 주최 측은 지난 14일 코엑스에서 해외봉사단 설명회까지 열었다. 참석자에게 차기 봉사단 선발시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히자 수용인원 300명을 넘는 1000여명이 지원, 추첨으로 참석자를 뽑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LS전선과 굿네이버스가 2007년부터 추진해 온 대학생 봉사단 ‘마음’도 2007년 99.3대 1, 2008년 136.1대 1로 매년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20명 모집에 3000명이 넘게 몰리면서 157.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60명이 1차 서류심사를 통과했는데, 2차 면접을 거쳐야 다음달 인도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주최하는 해외봉사단 ‘해피무브’의 올여름 중국, 인도 파견 모집에는 500명 정원에 1만명이 넘게 지원했다. 서류 심사로 1250명을 뽑은 뒤 면접으로 최종 인원을 선발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취업 관련 카페를 통해 봉사단 합격자들의 자기소개서나 경험담을 공유하고 그룹을 지어 봉사활동을 다녀온 학생의 경험담을 듣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경기대 외식조리학과 임채용(26)씨는 “해외봉사를 두 번이나 다녀온 덕에 스터디 그룹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며 “봉사활동에서 느낀 것은 물론이고 봉사활동단이 되는 데 필요한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요령 등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순수한 마음에서 이뤄져야 할 봉사활동이 취업 수단으로 전락하는 데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제워크캠프기구(IWO) 관계자는 “매년 참여율이 크게 늘고 있는데, 취업 ‘스펙’을 위해 참가하는 학생이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서류 심사에서 신청자들이 쓴 에세이를 보고 봉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보고 평가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영 기자, 백인혜·홍성환·홍석란 인턴기자(한림대 언론정보학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