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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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DB화 작업 착수

입력 : 2009-08-05 00:32:22
수정 : 2009-08-05 00: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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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간 사찰 3000여곳 조리법등 담은 홈피 구축
최근 들어 사찰음식이 현대인의 대안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찰음식은 식재료의 서구화와 공양주를 맡는 보살의 부족 등으로 인해 사라져 갈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사찰음식은 구전으로 전래돼온 탓에 기록화된 자료가 빈약해 체계화된 계승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충청도 지역 사찰음식 현장 설명회’에서 소개된 보탑사의 쑥개떡(오른쪽)과 정토사의 연근 초절임(왼쪽 위) 등 사찰 일상식.
이에 대한불교 조계종 문화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5월부터 전국 사찰의 특색 있는 음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이터베이스(DB)화 작업을 시작했다. 5개년 계획으로 진행되는 이 작업은 올해는 충청도가 대상. 지난 3일에는 조사된 내용을 토대로 충북 보은 법주사에서 ‘충청도 지역 사찰음식 현장 설명회’를 개최해 보리사·정토사·극락사 등 5개 사찰의 특색 있는 사찰음식을 선보였다. 충북 음성 미타사의 노각(늙은오이) 된장찌개, 충남 당진 정토사의 연잎냉면과 연잎찐빵, 금산 극락사 인삼정과와 인삼튀김, 부여 보리사의 쌈장 등이다.

이날 소개된 음식은 충청도 조계종 사찰 220곳과 천태종 태고종 진각종 등 다른 종단 사찰 380곳 등 모두 600여 사찰을 대상으로 설문지와 방문 조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육류와 오신채와 인공조미료 사용 여부, 사찰별 전통음식, 식재료 구입처, 장과 장아찌를 직접 담그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사찰음식조사단’의 전효원 책임연구원은 “1차 조사 결과 충청도 지역 음식은 단순·담백한 것이 특징이며 된장, 쩜장(쌈장), 청국장, 콩죽처럼 콩을 이용한 음식들을 일상적으로 먹고 상품화도 많이 이뤄진 편”이라면서 “지역 특산물이 사찰음식에도 반영돼 금산에는 인삼정과, 인삼튀김, 인삼전 등이 있었고, 서산은 김, 감태를 이용한 음식, 괴산은 야콘 장아찌 등이 특색 있는 음식으로 꼽혔다”고 했다. 그는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 등 이른바 오신채(五辛菜)를 쓰지 않고 육식(肉食)을 하지 않으면서도 지방별로 독특하고 맛있는 음식을 이어온 사찰음식은 오염된 음식에 찌든 현대인의 대안식으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조계종은 내년에 영남 지역 사찰 500여곳을 조사하며, 앞으로 5년간 전국 3000여곳의 사찰 음식을 대상으로 DB작업을 이어나간다. 선정된 사찰 음식의 조리법, 효능, 식재료 등을 담은 홈페이지를 구축해서 일반인에 공개하는 한편 상품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