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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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의 미녀를 차지하려는 젊은 영웅들

입력 : 2009-08-17 13:31:35
수정 : 2009-08-17 13: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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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는 무예에 능할 뿐 아니라 무척이나 꾀가 많고, 교활했다. 절대로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을 만큼 상황판단도 뛰어났다. 이제 오디세우스도 건장한 청년이 되었고,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마침 그때 천하일색의 처녀가 뭇 사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헬레네이다. 스스로 훌륭한 청년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은 그녀를 차지하려고 앞 다투어 청혼을 했다. 이렇게 되자 헬레네의 부모도 난처한 지경이었다. 자칫 나라에 불화를 일으킬 수 있을 만큼 영향력 있는 젊은이들 모두 그녀에게 청혼을 했고, 이들은 목숨이라도 내걸고 헬레네를 차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헬레네는 제우스의 피를 받은 사람의 딸이었다. 그녀의 미모는 너무 뛰어나서 뭐라고 형언할 수 없었다. 또한 그녀의 눈을 쳐다보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그야말로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어떤 남자든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매력을 부여받은 절세의 미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누구도 제우스의 딸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여신 중에 묘한 매력을 지닌 미모의 여신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네메시스로, 불행을 초래하게 만드는 분노와 응징을 책임 맡고 있는 여신이었다. 그런 그녀가 제우스의 눈에 띄었다. 신이나 인간, 님프를 가리지 않고, 마음에 들기만 하면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야 마는 제우스가 그녀를 그냥 둘리 없었다. 제우스는 아주 멋진 차림을 하고 네메시스 앞에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다.

“네메시스, 오늘 따라 당신이 무척 아름다워 보이는 구려. 내 천하의 바람둥이로 알려져 있소만 진심으로 당신은 아름다워 당신과 정을 통하고 싶은데, 당신 생각을 어떻소?”

네메시스는 질색을 하며,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아무리 그렇기로 서니 어찌 처녀인 내게 그런 흉측한 말씀을 하시오." 말하고는 그 자리를 떴다. 그렇다고 제우스가 순순히 물러날 리 없었다. 제우스는 그녀를 따라가며 집요하게 구애했다. 네메시스가 제우스를 물리치고, 달아나자 제우스는 몸이 달아서 그녀를 강제로 범하려 했다. 급해진 네메시스는 제우스가 가까이 따라 붙으면 여러 가지 물고기로 변하기도 하고, 동물로 변하기도 하면서 가까스로 제우스를 피하곤 했다. 하지만 제우스는 그녀를 포기하지 않고 따라왔다. 네메시스는 이번에는 거위로 변신했다. 그러자 사랑놀이라면 그것을 부추기는 여신 아프로디테가 독수리로 변신하여 네메시스를 뒤쫓았다. 아프로디테의 의도를 눈치 챈 제우스는 얼른 백조로 변신하여 멀찌감치 앞서서 날아갔다. 갑자기 나타난 독수리에 쫓기던 네메시스는 급한 김에 백조의 품으로 숨어들었다. 그녀를 따르던 독수리는 주위를 빙빙돌다 사라졌고, 지쳐있던 그녀는 백조의 품에서 잠들었다. 백조로 변신해 있던 제우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백조의 정체가 제우스임을 알아차린 네메시스는 그의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제우스의 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제우스는 결국 자신의 뜨거운 욕망을 채우고 나서야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제우스는 자신의 유혹을 그토록 강하게 뿌리치던 네메시스를 범하고 나서 너무 기쁜 나머지 그것을 기념해서 하늘에 두 개의 별자리를 만들었다. 자신을 도와주었던 독수리 자리와 자신이 변신했던 백조자리이다.

제우스에게 강제로 당한 네메시스는 임신을 했고, 어느 날 심한 진통과 함께 해산을 했다. 그런데 아기가 아니라 아주 곱게 생긴 제법 큰 알이었다. 그녀는 그 알 자체도 보기 싫어 가까운 숲에 버려두었다. 그 숲은 당시 틴다레오스 왕이 다스리는 tm파르타 영토에 있는 숲이었는데, 그 숲에서 양을 치던 양치기가 그 알을 발견했다. 양치기는 필시 그 알이 범상치 않은 알임을 알아차리고, 아름다운 왕비 레다에게 선물로 바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왕비를 찾아가 그 알을 바쳤다.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는 그 알을 받아들자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신기해했다.

“참 아름답고 묘한 알이로구나. 필시 아름다운 동물이라도 태어나려나 보다. 고맙구나.”

레다는 그 알을 받아들고는 무척 신기한 듯 들여다보다 자신의 방에 잘 간직했다. 그러고 나서 수개월이 지난 어느 날, 알이 갑자기 부르르 떨리는 듯 하더니 아름다운 새가 노래하는 듯한 영롱한 소리와 함께 알이 갈라지며 아기가 울음을 터뜨렸다. 아주 귀여운 여자 아기였다. 아기는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와 레다의 아기로 알려지며, 스파르타의 공주로 자라게 되었으니, 그녀가 바로 천하 제일의 미모를 갖춘 헬레네이다. 레다는 헬레네외에 클레임네스트라, 티만드라, 피로노에, 포이베를 낳기도 했다.

헬레네는 자라면서 점차 빛나는 미모를 갖추게 되었다. 비록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보는 사내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녀에게 가까이 가고 싶어 안달이었다. 헬레네가 12살 되던 해 스파르타를 지나던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도 그녀를 발견하고는 한 눈에 사랑에 빠졌다. 기회를 노리던 테세우스는 끝내 헬레네를 유괴해서 달아났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아내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아티카의 아피드나이에 헬레네를 유폐하고 어머니인 아이트라한테 맡겼다. 그리고 자신은 마침친구인 라피테스족의 왕 페이리토오스가 아내로 삼기로 원하는 제우스의 딸을 탈취하는 계획에 가담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페이리토오스가 택한 제우스의 딸은 다름 아닌 하데스의 아내인 페르세포네였다. 두 사람은 페르세포네를 유괴하려고 저승에 갔지만 하데스에게 발견당하고 말았다. 하데스의 꾀에 넘어간 이들은 하데스가 권하는 의자에 앉고 말았다. 그 의자는 망각의 의자였으므로 그들은 세상 모든 일을 망각하고 멍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들은 결국 사슬에 묶여 ‘망각의 의자’에 앉게 됨으로써 지상에 돌아오는 일을 잊고 말았다.

헬레네가 유괴된 것을 알고 스파르타의 왕과 왕비는 애통해 하며 헬레네를 찾아오도록 아들들에게 지시했다. 헬레네를 찾아 온 나라는 물론, 이웃 나라를 찾아다니던 이들은 헬레네를 무사히 구출하여 돌아왔다. 봉변을 면한 헬레네를 구출한 디오스크로이는 테세우스의 어머니 아이트라도 함께 붙잡아 스파르타로 돌아왔다.

세월이 흘러 헬레네가 결혼할 나이가 되자 각지에서 훌륭한 젊은이들이 찾아왔다. 물론 오디세우스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스파르타의 왕궁은 구혼자들로 가득 찼다. 훌륭하고 쟁쟁한 젊은이들은 많았지만 결혼 상대는 오직 한 사람 헬레네뿐이었다. 왕은 무척이나 고민이었다. 왜냐하면 자칫 자신의 사위가 되지 못한 젊은이들이 모반이라도 하면 나라가 혼란스럽고 위태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고민은 지속되었고, 시간은 흘러만 갔다. 구혼자들은 누가 되든지 빨리 선택해야한다고 하면서도, 그 대상은 당연히 자신이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압박했다. 젊은이들은 헬레네를 차지하기 위해 온갖 선물을 가져다 헬레네에게 바쳤다.

이런 상황에서 오디세우스는 자신과 그들을 비교해 보았지만 자신으로서는 승산이 없었다. 가난한 자기가 구혼에 성공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선물을 가져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오디세우스는 틴다레오스에게 적절한 충고를 했다. 구혼자들은 서로 격렬한 적의를 품고 있었기 때문에, 만일에 틴다레오스가 어느 한 사람을 사위로 택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큰 소동을 일으킬 것이 뻔했다. 오디세우스는 틴다레오스에게 제안했다.

“왕이시여, 내가 당신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구혼자들을 모두 불러 맹세를 하게 하십시오. 일단 헬레네의 구혼자들 중 헬레네의 남편으로 선택된 사람의 생명과 권리를 반드시 존중한다는 서약을 미리 하게 하도록 서로 맹세하게 하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왕의 얼굴은 밝아지면서 오디세우스를 칭찬했다.

“좋은 의견이로다.”

왕은 구혼자들을 한 자리에 모두 불러 모은 후 그들에게 오디세우스가 시킨 대로 말하며, 그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구혼자들은 모두 이에 찬성하고, 그 서약이 구속력을 갖도록 하기 위한 제물로 바쳐진 죽은 말 위에 올라서서 전원이 맹세했다.

천하제일의 미모를 가진 헬레네의 남편은 누가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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