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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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前 대통령 서거] 향후 남북관계… 南 '비핵화' 北 '실리' 수싸움 예고

입력 : 2009-08-23 23:03:16
수정 : 2009-08-23 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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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교류재개 통한 국제사회 제재 약화 노려
정부선 “북핵 진전따라 속도 조절” 선그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활발한 남북 교류의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북한 당국자가 처음으로 남한을 방문했고, 첫 고위급 접촉도 이뤄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단으로 온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이 대통령을 예방하기까지 했다.

겉으로만 볼 때는 남북 관계가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의 순방향으로 접어든 듯하지만, 그 이면에선 남북 간 치열할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선이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강한 대북제재를 겪고 있는 북한은 남한과의 교류 재개를 통한 ‘실리 챙기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반면, 남한 정부는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는 ‘비핵화 진전’을 바라고 있다.

최근 보이는 북한의 대남 전술은 ‘속도전’과 ‘압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3일 억류했던 개성공단 직원 유성진씨를 석방한 이후 북한은 현대와의 교류 계획 합의, 12·1 조치 해제, 조문단 파견 등 숨이 가쁠 정도로 대남 유화 조치를 쏟아내며 ‘평화 공세’를 펼쳤다.

이를 통해 북한은 앞으로 있을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계약조건 재협상, 백두산 관광 등의 협상에서 남측 당국의 ‘카드’를 제한하는 것을 노리는 듯하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자신들이 먼저 성의를 보이면서 남은 합의 사항에 대한 협상에서 남측을 압박하려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합의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남측은 북한에 끌려가지만은 않겠다는 방어적 태도다. 북측이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 예방 의사를 밝혔음에도 당일 예방토록 하지 않고, 외국 조문사절단의 예방 일정이 잡혀 있는 23일 짧게 청와대를 방문토록 한 것은 일종의 ‘경계 심리’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본질적 사안인 핵 문제는 미국과 논의하고, 남한에는 경제적 사안만 요구하는 북측의 행태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도 자신들의 의도대로만 상황을 이끌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판이 될 것임을 이번에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남북 관계에 있어 남측 정부는 대대적인 대북 접근보다는 북핵 진전 상황을 봐가며 속도를 조절하는 신중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상민 기자 21s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