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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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등 76개국 ‘유전자 DB’ 입법화…英선 모든 체포자 DNA채취·영구 관리

입력 : 2009-08-30 20:31:31
수정 : 2009-08-30 20: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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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영국에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연말파티 후 귀가하던 17세 소녀 니콜라 딕슨의 옷이 벗겨지고 둔기에 맞아 참혹한 시체로 발견된 것. 영국 경찰은 니콜라 딕슨의 몸에서 추출한 정액에서 뽑은 DNA를 데이터베이스(DB)에 입력했으나 일치하는 범죄자가 없었다. 그리고는 6년이 흘렀다. 자칫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이 사건은 2002년 엉뚱한 곳에서 단서가 포착돼 해결됐다. 콜린 웨이트라는 41세 남자가 도로상에서 난동 혐의로 체포됐는데, DNA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딕슨 살인사건’ 용의자의 것과 일치한 것이다. 웨이트는 결국 살해범으로 추가 기소돼 종신형이 선고됐다.

30일 인터폴에 따르면, 2006년 현재 미국과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전 세계 76개국이 범죄자 유전자 신원확인정보를 입법화해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향후 60개국이 유전자 신원확인정보 법안을 입법할 것으로 인터폴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유럽 24개국은 국가 간 유전자정보 교환에 찬성하고 국제적인 유전자 DB 네트워크 구축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 중이다. 영국과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은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범죄가 입력 대상이다. 대부분 흉악범들이 처음에는 경미한 범죄로 시작해 점점 죄질이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다는 통계자료가 근거다.

이 중 영국은 가장 강력한 유전자 DB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1995년 세계 최초로 유전자 DB를 설립한 영국은 2008년 현재 인구의 7.5%에 해당하는 450만명이 유전자 DB에 입력돼 있다. 영국은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체포자와 조사받은 용의자를 유전자 DB로 관리하며 한번 수록되면 영구히 삭제하지 않는다. 영국은 2000년부터 5년간 예산 6000억원을 투입해 유전자 DB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1998년 연방 전체로 범죄자 유전자 DB를 확장한 미국은 인구의 2.2%에 해당하는 670만명 이상이 입력돼 있다. 입력하는 범죄 유형과 대상은 주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입력대상 범위를 넓혀가는 추세다. 미국은 유전자 DB 관리 시스템 구축에 2004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조원을 투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