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개각은 4월 재보선 참패로 여권에서 ‘쇄신론’이 불거진 지 무려 4개월 만에 이뤄졌다. 그만큼 각종 돌발 변수에 따른 우여곡절과 진통이 많았다.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 철회’ 사태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가 대표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선 속도를 조절했고, 개편 시기는 계속 늦춰졌다.
이 대통령은 일찌감치 통합·변화의 개각 콘셉트를 정하고, 이에 맞는 비(非)영남권 출신 총리를 찾는 데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전 대표에 대한 총리 제안은 실제로 추진됐다. 그러나 ‘심대평 카드’가 무산되면서 이 대통령의 눈길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쪽으로 확 쏠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 내정자는 초기부터 후보군에 들었으나, 적극 검토된 것은 최근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부에선 정 내정자의 반여(反與) 성향을 우려해 반대도 없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이 정 내정자를 강력히 천거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정 내정자는 개각 전날 정 실장을 만나 수락 의사를 밝혔다는 전언이다. 청와대 측은 3일 “개각 명단이 확정된 2일 오후 정 내정자가 오케이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발표를 앞두고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정 내정자와 회동했다.
청와대는 또 미리부터 최경환 의원 입각을 결정했고, 이를 박근혜 전 대표 측에 알려줬다고 한다.
이번 인선 작업도 지난번처럼 ‘철통보안’ 속에서 이뤄졌다. 이런 탓에 개각이 초읽기에 들어가선 ‘박근혜 총리기용설’까지 나돌아 여당에서 청와대에 확인 요청이 쇄도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허범구 기자
정운찬 내정자 개각전날 최종 수락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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