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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쓰려면 아이에게 동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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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한한 이란 샤버비즈출판사 대표 겸 동화작가 화리데 칼라트바리
◇“출판사를 하며 가장 보람 있는 일은 작가들을 양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라는 이란 샤버비즈출판사 대표이자 동화작가인 화리데 칼라트바리.
“이란에서 제가 만든 책보다 한국에서 번역해 낸 게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합니다. 우리 책이 100권이나 한국 어린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니 신나고 영광스럽습니다. 첫 방한이지만 모두 환영해 줘서 마치 고향집에 온 것같이 편안합니다.”

최근 100권까지 한글 번역된 ‘생각하는 크레파스’(큰나)를 낸 이란 샤버비즈출판사 대표이자 동화작가인 화리데 칼라트바리(61)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칼라트바리 대표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CJ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1회 CJ그림책상을 수상하는 등 이래저래 한국과는 인연이 깊다. 출판사 이름 ‘샤버비즈’는 신과 연결된 전설이 깃든 ‘부엉이’란 뜻이다.

“우리 책은 단순 명료한 걸 선호하는 서양보다 철학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한국을 포함해 대만, 중국, 스페인 등에서 인기가 좋습니다. 서양 그림동화들이 대체로 가벼운 데 비해 제가 낸 책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맛과 깊이가 우러납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여러 번 읽으면 좋습니다.”

1948년 1월 1일 테헤란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해 박사학위까지 땄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해 10여년간 회계사로서의 삶을 살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어린 시절 꿈꿨던 작가의 꿈을 이루고자 1984년 출판사를 설립, 직접 글을 쓰고 원고·그림 청탁도 하며 이란 동화책 시장을 개척했다. 지금은 이란 4대 출판사 반열에 올랐고 아동 분야는 독보적이다. 이란 여성 중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성공한 출판 CEO인 셈이다.

“8살 때 처음 동화를 써 보았어요. 어릴 적 살던 집에 대한 그리움을 다룬 작품인데, 지금 생각해도 기특했던 것 같아요. 저는 글을 쓸 때 앉아서 머릿속으로만 구상하지 않고, 모든 내용을 생활 속에서 건져냅니다. 걷거나 일을 하던 중에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면 머릿속으로 꼼꼼히 정리한 다음 글로 옮깁니다. 특히 어린이 관련 글을 쓰려면 나 자신이 어려져야 합니다. 자주 어울리고 대화하는 등 아이들에 동화돼야 합니다. 어릴 적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지요.”

◇100권째 번역된 ‘생각하는 크레파스’ 시리즈.
그는 시리즈 중에 가장 인기 좋은 ‘빨간 공’을 비롯해 ‘나예요’, ‘천국 가는 버스 지옥 가는 버스’ 등 동화만 80여편을 썼다. 밝고 귀여운 이야기뿐 아니라 ‘영리한 왕자’ ‘세라자드’ 같은 페르시아 전통이 물씬 풍기는 작품, ‘어둠의 귀신’ ‘날아가 버린 용’처럼 공포와 슬픔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좋은 작품은 종교와 국경, 나이, 성별을 뛰어넘어 다른 사람의 내면에까지 닿는 것이라고 밝힌 그는 “이를테면 신을 표현하는 데는 종교별로 다르지만, 어린이들에게는 신은 그냥 신일 뿐”이라며 “제 작품이 이란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했더라도 그대로 가져다 쓰지는 않고 전 세계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변형해 쓰기 때문에 문화적 이질감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2004년과 2006년 거푸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아동도서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가치상을 수상한 ‘생각하는 크레파스’ 시리즈는 30개국 50개 언어로 번역됐다. 세계적인 국제도서전 심사위원으로도 맹활약하고 있는 칼라트바리 대표는 라가치상 수상 후 한국의 30여 개 출판사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출판 계약을 제의했을 때 “큰나출판사는 우리 책을 아무도 봐주지 않을 때 선택을 했다. 상을 받기 전에 친구한테 상을 받았다”며 모두 물리쳤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