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다고 술 마시면 우울증이 더 심해져요.”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기운이 도는 이맘때면 가을을 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는 게 허무하고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으며, 자꾸 혼자 있고 싶어지는 일이 많다. 가을철은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감소해 항우울증 효과가 있는 세로토닌 분비는 저하되고, 정신을 차분하게 하는 멜라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우울감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으나 술을 마시면 오히려 우울감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술로 울적함을 달래기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주변사람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울증과 음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 |
|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전문의 도움으로 운동치료를 받고 있다. 전문의들은 우울감을 술로 해소하려고 하면 할수록 알코올 의존이 심해지는 만큼 음주를 삼가려고 애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사랑병원 제공 |
기분이 울적할 때 한두 잔의 술은 진정작용을 일으켜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기도 한다. 알코올은 코카인처럼 특정한 뇌세포들을 직접 자극하기에 섭취량이 적으면 뇌세포를 자극해 기쁨과 행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음주량이 많아지면 신씨처럼 오히려 우울증을 악화할 수 있다. 알코올 전문병원인 다사랑병원이 9월에 입원한 환자 1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알코올의존증 환자 195명 중 42%는 우울증을 앓았고, 19%가 자살시도를 했던 경험자였다.
우울증에 빠지면 뇌(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는데, 여기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뇌세포 파괴가 촉진되고, 뇌기능은 더욱 저하되어 우울증이 더 심해진다. 결국 우울증을 이기고자 음주하면 일시적으로 기쁨을 누리지만 알코올의 효과가 사라지고 난 후 다시 우울해지고, 그래서 더 많은 양의 술을 계속 마셔 결국 알코올의존증에 빠진다.
특히 남자 환자보다 여자 환자에서 우울증이 더 많고 알코올의존증과 우울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 자살시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숙면을 취하고 햇볕을 많이 쬐는 생활습관을 길러야
우울증은 경한 우울증과 심한 우울증으로 구분된다. 경한 우울증은 정서적으로 우울하고 슬픈 느낌, 자신감이 없는 상태, 삶에 대한 의욕이 없고 피곤하고 일하기가 싫고 혼자만 있으려 하는 증세다. 심한 우울증은 경한 상태와 비슷하지만 감정적 고통이 더 심한 상태다. 이들 우울증에 동반되는 증상은 불안과 알코올 의존, 신체장애로 나타난다.
평소에 활발하다가 가을에 우울해지는 사람은 ‘계절적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 계절적 우울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만큼 충분한 수면이나 햇빛(광선치료)이 도움이 된다.
숙면을 위해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습관이 중요하다. 잠자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피로가 풀려 잠을 청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로 병원에서 하는 광선요법은 하루에 15분 내지 3시간 동안 햇빛이나 인공광선 조명등 아래 앉아서 치료받게 한다. 햇볕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 될 수 있다.
알코올 대신 인지치료나 가족치료 같은 것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알코올의존증 환자한테도 적용되는 이 같은 치료는 일상생활에서 응용가능하다. 먼저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며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으로 신진대사를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혼자 술을 마시는 일은 삼가야 한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세가 바로 ‘혼자만 있으려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서 술을 마시게 되면 우울한 기분을 풀기도 어렵고 대화상대가 없어 술을 빨리 마시게 된다. 술을 급하게 마시면 음주량은 더 많아지고 취하는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다사랑병원 이무형 원장은 “한 잔 정도의 술은 우울한 기분을 잊게 해줄 수 있지만 우울증을 술로 다스릴 때 오히려 감정 기복이 심화돼 우울한 기분은 더 심해질 수 있는 만큼, 우울감이 들수록 음주 외에 운동 등 다른 방법으로 해소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