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대목에서 대법관님이 나를 꾸짖는 것 같기도 하고, 타이르는 것 같기도 했다.”
지난 11일 임기만료로 물러난 김용담(62·사법시험 11회) 전 대법관의 회고록 ‘판결 마지막 이야기’를 읽은 문형배(44·사시 28회) 부산지법 부장판사의 소감이다. 문 판사는 개혁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21일 대법원에 따르면 김 전 대법관의 회고록은 37년에 걸친 판사직을 마감하며 지난날을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잣대로 로마법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법과대학을 지망하는 과정, 판사가 되는 과정, 판사로 근무하며 겪었던 일을 차례로 회고한 뒤 법철학에 기반을 둔 사색의 결과를 제시한다.
문 판사는 김 전 대법관이 로마법을 강조한 것에 대해 “아마도 로마법이 국민의 신뢰를 얻었고, 로마 제국의 번영을 뒷받침하였다는 점이 작용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글의 구성과 관련해선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이야기를 나누듯 풀어나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나를 꾸짖고 타이르는 것 같다”는 서평에서 책을 읽는 내내 문 판사의 심정이 편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문 판사는 “(김 전 대법관의 회고록이)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면서 “법률가나 법률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 보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법관은 2003년 대법관으로 임명될 때부터 우리법연구회와 악연을 맺었다. 그를 포함한 법원장급 고위 법관 3명이 대법관 후보로 정해진 뒤 우리법연구회 회원인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고, 역시 연구회 소속인 박시환 당시 서울지법 부장판사(현 대법관)는 사표를 냈다.
연구회에 속한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서열, 기수에 따른 대법관 임명제청 관행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당시 김 전 대법관이 느낀 분노는 회고록에 적힌 아래 구절에 잘 드러나 있다.
“대법관 제청에 고견을 들려달라고 대법원장이 모처럼 마련한 자리를 법무장관이란 사람이 박차고 나감으로써 법원이 모멸당한 그 수모의 순간이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며 뭉클하는 것이 가슴을 치밀었다.”
김 전 대법관은 퇴임 직전까지도 우리법연구회와 악연을 이어갔다. 올해 초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할 당시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파문이 불거져 연구회 소속 판사들을 중심으로 신 대법관 사퇴론이 제기된 것. 이 때문인지 대법관 임기를 마치며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 전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법관들 사이에 ‘편가르기’를 하는 일도 있는 듯해 걱정스럽다. 우리법연구회는 학술모임답게 회원 명단과 연구회 사이트를 공개하는 등 활동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개혁 성향 판사모임 문형배 회장, 김용담 대법관 회고록에 서평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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