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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의 매력에 빠지다] 색소폰 연주자 손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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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색소폰 재즈 선율에 담아내
◇색소포니스트 손성제의 무대는 새롭다. 차세대 색소폰 연주자로 꼽히는 그는 ‘누구나 설 수 있는 무대’ 대신 ‘자기만의 무대’에 서려고 한다. 레퍼토리는 그만의 색깔을 찾는 발판이다. 송원영 기자
자기만의 색깔 있는 레퍼토리가 고민이다. 색소폰 연주자 손성제(38)씨는 ‘귀에 익숙하지 않은 음악’을 늘 들려준다. 관객에겐 새로운 음악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지만, 주변에선 종종 그 새로움에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낸다. 관객이 잘 아는 레퍼토리로 쉬운 무대로 구성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조언이 뒤따른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이해하기 쉬운 음악이라고 말하는 걸 가만히 살펴보면 귀에 익숙한 곡들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는 경향이 있어요. 단지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곡들이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다는 건 불행한 일이에요. 유명한 곡들과는 또 다르게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말이죠. 음악을 받아들이는 데도 열린 마음이 필요해요.”

18일 서울 동숭동 동덕여대 교수실에서 막 수업을 끝마친 그와 만났다.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색소포니스트이자 작곡가이다. 무대에서 그가 가장 세심하게 신경 쓰는 부분은 연주 프로그램. 재즈 맛도 들려줘야 하고, 관객과 소통도 해야 하고, 팬 서비스로 귀에 착 감기는 곡도 선사해야 한다. 방엔 나지막이 재즈 음악이 깔렸다. 그가 작곡한 ‘투모로우(Tomorrow)’와 ‘컨비니언트 로스(Convenient loss)’가 잇따라 흘러나왔다. 색소폰의 선율이 때론 감미롭게, 때로는 먹먹하게 다가섰다.

“‘컨비니언트 로스’는 ‘간편한 상실’이란 뜻 정도로 해석돼요. 세상이 발전해가지만 반면 그 안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담았어요. 예를 들어 최근 음악이 화려해진 만큼 그 안에 에센스를 담고 있지는 못하잖아요. 사는 맛이 사라졌다고나 할까요.”

단적인 예가 ‘내비게이션’이다. 길눈이라면 자신 있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다보니 내비게이션 없이는 어딘가를 간다는 게 불가능해졌다.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는 그는 “이러다 길을 설명하는 능력을 모두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이러한 안타까움을 담아내기에 색소폰만한 게 없다. 잃어버린 마음에 먼저 말을 건네는 악기다. 이런 음색이 좋아 대학교 때 배운 이후부터 손에서 놓지 못했다. 연세대 작곡과 졸업 후 재즈로 전공을 바꿨다. 연주하고 싶었고, 평생 다른 사람의 곡을 연주하기보다 자신의 곡을 들려주고 싶어 재즈를 택했다. 색소폰과의 궁합은 훌륭했다. 미국 보스턴 버클리 음대에서 음대생 최고의 영예인 ‘쿰 라우데’ 상을 수상했고, 재즈의 거장인 빌 피어스, 조지 가존, 안토니오 하트를 사사했다.

“볼륨이 크고 음색이 특이한 게 색소폰의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이 점 때문에 클래식에선 잘 쓰이지 않아요. 우스갯소리로 ‘클래식에서 버려진 악기가 재즈에 와서 성공했다’고 하기도 해요. 재즈에선 중심 악기로 사용되고 있으니까요.”

색소폰을 만나기 전 피아노,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 다양한 악기를 접해봤지만 정이 들지 않았다. 주변에서 악기를 전공한다고 하면 빌려서라도 먼저 많은 악기를 접해보라고 권한다. 자기와 딱 맞는 악기를 찾는 게 중요하다. 평생 같이할 동반자이기 때문.

“좋아하지 않으면 오래 하지를 못해요. 일단 같이해야 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도중에 흥미를 잃어버리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죠.”

호흡이 전해지는 것도 마음에 드는 점이다. 모든 악기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래하듯이 연주하는 것. 그런 점에선 유리하다. “불어서 내는 악기는 호흡까지 전해지니까 감정 표현에 있어서 조금 더 쉬울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연주가 쉬운 건 아니다. 어떤 악기도 경지에 오르려면 힘든 건 마찬가지다.

색소폰을 통한 그의 도전은 무대에서도, 음반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내놓은 4장의 음반은 호평을 받았다. 장구·징도 자신의 음악세계로 끌어들였다.

“불행하게도 국악을 듣고 자라지는 못했지만 타악기 부분에 관심이 있었고, 우리 음악이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감히 국악을 가지고 왔죠.”

트로트 역시 그에겐 무대에서 피해할 레퍼토리가 아니다. ‘손성제 일렉트릭 뽕짝 밴드’도 만들었다. 민속음악의 근원이 그 안에 숨겨져 있다. 촌스러운 게 아니다. ‘음악’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거라면 레퍼토리에 벽은 없다.

그에게 있어 음악은 삶의 ‘목적’을 찾은 지점이다. 마음을 전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인간의 특권인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텃밭이다. “그의 색소폰이 연주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24일, ‘아침음악나들이’(오전 11시), 고양어울림누리.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금속으로 만든 색소폰은 목관악기

색소폰은 금속으로 만들어졌지만 금관악기가 아니라 목관악기에 속한다. 금관악기와 목관악기는 재료로 나뉘는 게 아니라 소리를 내는 방식에 따라 달리 지칭한다. 목관악기는 플루트를 제외하고는 나무로 된 리드를 이용해 소리를 낸다. 이에 반해 금관악기는 마우스피스를 사용해 입술의 떨림으로 소리를 내는 구조다. 색소폰이 기대와 달리(?) 목관악기에 속하는 것도 입술의 떨림이 아닌 리드가 떨려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