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수준에 따라 부동산대출액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은행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수도권 주택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자금이 부족한 강북권은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거래 자체가 자취를 감췄다. 반면 DTI 규제를 받지 않는 신규·미분양 아파트 시장은 매수 문의가 폭주하는 등 후끈 달아오를 태세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 3구로 제한했던 DTI 규제가 지난달 7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 데 이어 한 달여 만인 이날부터 제2금융권까지 확대시행되자 기존 아파트를 사겠다는 중개업소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DTI 규제 발표 직전 7억1500만원에 신시가지 9단지 89㎡형을 거래한 이후 문의가 아예 사라졌다”며 “이 일대 아파트 거래는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투자 수요가 많았던 서울 일부 지역은 정도가 더 심했다. 강동구 고덕동 K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 DTI 규제를 확대한다고 발표한 이후 7억원에 육박하던 고덕주공 2단지 53㎡형이 6억5000만원 선까지 밀렸다”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구의 S중개업소 관계자도 “분당 삼성한신아파트 105㎡형이 한 달 새 2000만원 정도 떨어졌는데, 금리 인상을 앞두고 급매물까지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급매물 출현이 본격화하면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2금융권 영업점 창구와 콜센터도 규제 확대의 한파를 맞은 듯 썰렁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90%에 달하는 단위농협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농협 서울 하계지점 한 관계자는 “하루 평균 7∼8건의 아파트 대출상담을 했으나 지난주 말을 끝으로 상담 전화는 실종됐다”고 말했다.
일부 영업점에선 고객 항의도 빗발쳤다. 서울 강남 소재 수협 한 관계자는 “10억원짜리 주택이 있으나 은퇴한 상태라 소득증명을 못했던 한 고객은 대출 한도가 5000만원밖에 안 나오자 욕을 퍼부었다”며 “이번 확대 조치로 영업에 큰 지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시장과 금융권이 얼어붙는 것과 달리 DTI 규제의 무풍지대인 신규 분양시장은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주 서울 광진구 광장동과 마포구 공덕동, 인천 청라·영종지구 등 본격 분양에 돌입하는 인기 지역은 매수 문의가 폭주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갤러리에 문을 연 ‘삼성 래미안 공덕5차 아파트’ 견본주택엔 지난 주말에만 2000여명이 몰렸다. 일반공급분이 38가구에 불과한 데다 분양가가 9억9000만∼10억90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밖의 선전이어서 향후 수십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이 업체 전망이다.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지난 9월 말부터 분양대금 조건을 대폭 완화한 ‘용인 성복자이’는 지난 주말부터 전화문의와 내방객 숫자가 부쩍 늘었다. 통상 평일 10여팀, 주말 30여팀이 분양사무소를 방문했으나 지난 주말엔 약 75팀, 300여명이 찾았다. 성복자이 신대영 분양소장은 “신규분양이 활기를 띠면서 미분양 현장도 덩달아 활기를 되찾고 있다”면서 “금융규제가 강화되면서 양도세 감면과 DTI 규제 회피 등이 있는 미분양 주택이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현태·조현일 기자 htchoi@segye.com
여유자금 부족한 강북지역 거래 실종
규제 안받는 신규·미분양 아파트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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