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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인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왼쪽)과 민일영 대법관이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자신이 대표가 돼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남편의 ‘직장’인 대법원이 발끈하고 나선 탓이다. 박 의원의 남편은 지난달 17일 취임한 민일영 대법관이다.
박 의원이 얼마 전 동료 의원 13명을 대표해 제출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헌재의 결정 형식으로 ‘위헌’과 ‘합헌’만 규정한 현행 법률을 고쳐 ‘헌법불합치’, ‘한정위헌’, ‘한정합헌’ 등 이른바 변형결정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1988년 창설 이후 20년 넘게 변형결정을 내려왔으나 이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법조계·법학계에서 논란이 됐다.
특히 대법원은 96년 이래 헌재 변형결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른바 ‘실지거래가격 양도소득세’ 사건에서 헌재가 소득세법 23조 2항 등에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자, 대법원은 “단순 위헌과 달리 한정위헌 결정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헌재 결정과 반대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다. 두 기관의 법리 논쟁은 감정 싸움으로 비화돼 아직도 풀리지 않은 상태다.
박 의원 개정안 내용대로 헌법재판소법에 변형결정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대법원은 더 이상 변형결정의 효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법률에 대한 최종 해석권이 대법원에서 헌재로 넘어가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게 판사들 주장이다. 대법원은 “개정안에 결사반대한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온몸을 던져서라도 개정을 막겠다”며 항전 의지를 불사르는 중이다.
공교롭게도 박 의원의 남편은 오랜 판사 생활을 거쳐 지난달 대법원에 입성한 민 대법관이다. 판사 전체가 똘똘 뭉쳐 반대하는 법률안 개정을 주도하는 이가 하필 현직 대법관의 아내라는 점이 기묘하게 느껴진다.
본의 아니게 헌재와 대법원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 박 의원 측은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박 의원의 한 측근은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되더라도 법률을 최종적으로 적용하고 해석하는 주체는 일반 법원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권한과 기능에는 변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