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닷컴] 드라마 속 여성들이 기존에 비해 사회적 지위가 올라간 반면, 이미지 등은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지상파 방송 세개 채널에서 방송된 14개 드라마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여대생이나 사무직 등에 머물렀던 기존에 비해 여성 직업군이 여성CEO나 간부급 이상의 고위직 캐릭터가 많이 증가되었지만, 역할의 한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냈다. (단 모니터 목적에 부합하기 힘든 시대극, 사극이나 이제 막 시작해 인물의 성격이 분명하지 않은 새 드라마는 대상에서 제외)
이들 분석에서 드러난 여성들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그 첫 번째는 부도덕함과 괴롭힘의 화수분 같은 권력을 휘두르는 여성CEO의 모습으로 KBS ‘다함께 차차차’의 나은혜(이응경 분)와 MBC ‘멈출 수 없어’의 임봉자(정애리 분)가 그 대상으로 각각 제과회사와 속옷업체를 경영하는 기업의 CEO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며느리에게 일상적인 폭언과 모함을 일삼거나, 딸이 사랑하는 회사 직원을 의도적으로 해외발령 시키며 ‘헤어지지 않으면 해고까지 서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두 번째 유형은 여-여 갈등을 일으키는 악역을 맡는다. 일일드라마인 KBS ‘장화홍련’과 SBS ‘두아내’에서 각각 뷰티샵 대표로 재직하던 윤장화(김세아 분)와 회사에서 본부장을 맡고 있는 오혜란(윤지민 분)은 남자 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사랑의 쟁탈전을 벌이는 가운데 비이성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거나 상대방을 작정한 듯 괴롭히는 악역을 담당하면서 여-여 갈등의 문제를 드러낸다.
세 번째는 가문의 대를 잇는 여성기업인으로 KBS '아가씨를 부탁해'의 강혜나(윤은혜 분)와 SBS '태양을 삼켜라'의 유미란(소이현 분) 등이며 이들은 각각 집안의 가업을 잇는 차원에서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미혼의 젊은 기업인이다. 그런데 이 두 인물의 직업은 강혜나(윤은혜 분)의 경우(미혼의 젊은 여상무)에서와 같이 ‘개념 없는 부잣집 딸’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맞춰진 옷처럼 소모되거나, 유미란(소이현 분)의 경우에서처럼 대를 이어 경영전선에 뛰어드는 모습이 경영인으로서의 전문인이라는 느낌보다 극의 흐름상 필요한 도구로 직업이 표현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부정적인 고정관념 속에서도 나타난 독특하게 분석된 이가 SBS '스타일'의 박기자 유형이다. 잡지사 편집장을 맡고 있는 박기자는 뛰어난 업무능력과 강인한 카리스마와 더불어 편집장이라는 직업여성, 그 자체에 대한 묘사가 강조된 유형이었다.
미디어운동본부 측은 "박기자는 이전 드라마에 나타난 엘리트여성들이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사적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진일보한 전문직, 간부급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반면 남성 간부급과 전문직은 카리스마 넘치는 로맨티스트 기업가로 표현되어 남성은 일도 연애도 잘하며, 자상하고 인간적 배려도 큰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어 질투와 갈등을 만들어내고 부도덕함과 괴롭힘으로 상대를 장악하는 여성 간부급 이상 여성들과는 크게 비교되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미디어운동본부 측은 "주부시청자를 타겟으로 하는 일일 드라마에서 남성기업인에게는 '백마탄 왕자'의 신화를 반복적으로 덧입히는 반면, 여성기업인에게는 ‘원죄의 십자가’를 얹어주며 여-여 갈등이나 극중 갈등의 중심에서 악역을 담당하게 해 여성기업인에 대한 부정적인 정형성을 재생산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며 "뛰어난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전문직 여성이나 여성 기업인이 비이성적인 악역을 담당할 때도 더욱 그렇지만, 착한 매력을 갖도록 강요된 주요인물일 경우에도 평면적인 인물로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사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응경, 김세아, 소이현, 윤지민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