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호수와 나들이객들을 쫓다 보면 지나치기 쉬운 곳에 법당 한 채가 숨어 있다. 도심 속 은신처가 따로 없다. 서울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안 나무숲 언덕에 자리 잡은 공군 보라매 법당(사진). 지난 18일 초하루법회가 열린 법당은 만원이었다. 300여명이 들어선 법당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많은 이들이 법당 밖 바닥에 돗자리와 매트를 깔고 법회에 함께한다.
1971년 공군사관학교 법당인 ‘성무 호국사’로 출발한 보라매 법당은 96년 공사가 이전하면서 이름을 바꾸고 일반인들에게 법당을 개방해 호응을 얻고 있다. 매주 일요일 가족법회에 신도 350여명이 참여하며 동작, 관악구 일대 5000가구가 등록된 대형 사찰이다. 공군 복지단 소속이지만 일반인 가족이 동참하는 신행생활이 중심이다. 산중 사찰과 달리 접근성이 좋아 가족 신도를 위한 특화된 법회도 마련돼 있다. 특히 6년째 군 포교에 심혈을 기울인 젊은 주지스님과 함께 포교의 방법을 다각화하며 젊은 포교사찰로 거듭나고 있다. 토요일밤 ‘나를 깨우는 108배 법회’는 초·중등학생 20여명을 포함해 50∼60여명이 참여한다. 108배 법회는 한글로 쉽게 법회를 진행해 아이들에게도 호응이 뜨겁다.
어린이 법회와 청소년법회, 청년법회, 초심자를 위한 기초교리강좌 등도 주기적으로 열린다. 주지 상원 법사는 “기도하러 오는 장·노년층 신도는 많지만 자녀를 보내는 분은 드물다는 게 한국 불교 고령화의 이유”라면서 “어르신들이 불교 교리에 대해 체계적으로 얘기해줄 방법을 몰라서인데, 신도들의 막연한 믿음을 객관화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법회를 쉽게 꾸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라매 법당은 150평의 법당 하나가 전부인 단출한 규모. 법회가 끝나면 대웅전은 스님과 예비역 장교, 일반 신도들이 줄지어 둘러앉아 공양(식사)을 나누는 식당이 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공군 예비역 장교들은 물론 공군복지단, 합참, 국방부 등 서울 근교에 있는 공군 가족 모임인 금강회와 관음회가 각각 30명씩 되고, 일반 여신도 모임인 문수회, 일반 남신도 모임인 유마회가 있다. 자녀를 둔 부모님 모임인 보리회, 인근 노인센터 등에 봉사를 나가는 봉사단체 지장회 등의 활동도 활발하다.
불편하고 비좁은 공간에서 쌓인 신심은 공익에 쓰인다. 보라매 법당은 일반 신도가 많아서 재정적으로 다른 공군 법당에 비해 여유 있는 편이다. 그래서 각 비행단에 재정적인 지원을 하며, 전역한 장교들과 신도들이 함께 각 비행단에 위문을 가기도 한다. 공원 내 쓰레기줍기와 차·떡 공양 등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배려도 지속하고 있다.
글·사진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