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및 상업지역의 진입로로 이용되는 골목길 소유자들이 통행을 막거나 통행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골목길 소송’이 부쩍 늘고 있다. 동네 주민들이 수십년간 공로(公路)로 이용한 추억의 골목길이 법정 소송거리로 전락한 것은 그만큼 세태의 각박함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재산가치 상승을 노리고 골목길에 눈독을 들이는 전문 사냥꾼까지 등장, 유사 분쟁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 “통행료 내라”=인천시 강화읍 상가건물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3년간의 소송 끝에 맘 편하게 출근길에 나서게 됐다. 분쟁은 상가건물이 신축된 2005년 5월 시작됐다. 대로변에서 상가건물로 이어지는 골목길 진입로에 통행을 제한하는 바리케이드와 컨테이너, 간이 쇠말뚝 등이 설치된 것. 관리요원이 진입로에서 행선지를 따져 묻기까지 했다.
이 진입로는 30여년간 통행로로 이용됐는데 소유자인 B씨가 인접한 예식장과 유료주차장 사업을 하면서 “통행료를 내거나 유료주차장을 이용하라”고 요구해 마찰을 빚게 됐다. 상가 세입자 일부는 실제 사용 명목으로 월 55만원을 내기까지 했다.
참다못한 A씨 등은 인천지법에 통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고, 서울중앙지법에 통행방해배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일반공중의 통행을 막는 것은 권리행사의 남용에 해당된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광주 지역 H업체와 지역 주민들은 지난 4월 법원이 통로통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뒤 망연자실한 상태다. 2006년 말 광주 봉선동에 상가건물이 완공됐는데 당시 유일하게 출입차량이 드나드는 포장도로도 함께 개설됐다. 그러나 시행사 소유였던 이 도로 부지가 임의경매로 박모씨 등에게 낙찰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박씨 등이 차량 1대가 통행할 부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쇠파이프로 담장을 설치해 독점적 사용을 주장하고 나선 것. H업체 관계자는 “완전히 고립된 상태가 됐다”며 소송에 나설 뜻을 밝혔다.
◆골목길 전문 경매꾼까지 등장=25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골목길 통행 분쟁과 관련해 선고된 소송 건수는 올해 9월 현재 10여건에 이른다. 2007년은 3건, 2008년 5건에 불과했다. 계류 중인 소송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골목길 분쟁 사유는 ‘돈’ 때문이다. 골목길은 재산 가치가 없지만 보상 대가를 노리고 재산권 행사를 요구하는 소유자들이 적지 않다.
재개발·재건축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골목길을 경매로 사들였다가 가치 상승을 노리는 것이다. 전국 법원의 ‘도로 경매’ 낙찰건수는 2006년 362건, 2007년 501건, 2008년 636건, 2009년(9월 현재) 529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의 강은 팀장은 “경매시장에 골목길 도로만 전문으로 노리는 경매꾼들이 판을 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법원도 골목길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골목길 통행 분쟁에 대해 얼마나 오래 도로로 사용됐는지,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는지, 소유자의 재산권이 침해받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입장이지만 판단이 쉽지 않은 탓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성수 민사공보판사는 “골목길의 공공적 성격과 개인의 재산권이 맞서는 사안이라 결론내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