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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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급속 확산 비상] 집단감염 학교 900곳 육박… 대유행 조짐에 전전긍긍

학생들 집단 예방접종 11월 18일 이후에나 가능
항체형성 2주이상 걸려… 12월까지 환자 계속 늘듯
지난주 두 명 이상 학생이 신종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학교가 900곳에 육박하고 하루 환자 발생 건수가 4000여명을 넘어 신종플루 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보건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대유행의 최전선에 자리한 학생들의 경우 의료인을 제외하고는 신종플루 백신을 가장 먼저 맞도록 돼 있지만 접종 이후 항체 생성에 따른 면역 효과를 내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려 당분간 확산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신종플루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6일 서울시내 한 신종플루 거점병원 대응진료센터에서 감염 여부를 검사받으려고 온 시민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남제현 기자
◆12월까지 감염자 급격히 늘 듯
=26일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에 따르면 하루평균 신종플루 감염자는 10월 둘째 주(5∼11일) 910명에서 셋째 주(12∼18일) 1573명, 넷째 주(19∼24일) 4220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또 호흡기 환자에게서 분리된 바이러스 가운데 신종플루 바이러스인 H1N1이 전체의 71.3%를 차지할 정도로 신종플루가 국내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독감 환자보다 신종플루 감염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오랜 시간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의 확산속도가 빠르다. 이날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신종플루로 인해 전체 휴업에 들어간 학교는 이날 오전 0시 현재 유치원 10곳, 초등학교 23곳, 중학교 22곳, 고등학교 3곳, 특수학교 1곳 등 59개교에 달한다. 20일 조사 때의 18개교와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서울의 경우 환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고 환자 발생 학교 수는 1123곳이나 된다.

이처럼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본부는 이날부터 동네 병·의원에서도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처방할 수 있게 지침을 변경했다. 이전까지는 전국 472개 치료 거점병원에서만 타미플루 처방이 가능했다. 그만큼 유행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최희주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신종플루 의심환자에게 투약되는 항바이러스제에 대해서는 진료비 삭감 등 어떠한 불이익이 없다”며 “모든 의료기관은 내원하는 신종플루 의심환자를 치료 거점병원으로만 보내지 말고 적극적으로 진료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서 신종플루 확산세는 12월까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본부는 27일 고려대구로병원 등 치료 거점병원 7곳을 시작으로 내달 말까지 거점약국과 방역요원 등 80만명을 대상으로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18세 미만 소아·청소년들에 대한 백신 임상결과가 나오지 않아 학생들의 집단 접종은 11월18일 이후에나 가능하다. 이마저도 접종 뒤 항체 형성에 2주 정도가 소요되는 탓에 연말까지는 진정 국면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본부 또한 발열과 급성 호흡기증상(기침, 목아픔, 콧물, 코막힘 중 하나)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고, 손씻기와 기침예절 등 개인 위생 준수을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하는 등 자가진단과 치료에 기대고 있다.

◆당분간 위기단계 격상 안 한다=본부는 미국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른 만큼 당분간 국가전염병 대응단계를 현 ‘경계’에서 마지막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최 국장은 “신종플루 국가비상사태 선언과 관련한 미국의 조치 사항은 신종플루 환자용 별도 진료소 설치와 병상 확보 등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신 중환자실 병상과 인공호흡기 점검 등 중환자 진료체계 가동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거점병원 가운데 399개소가 별도 진료소를 설치했고, 병상은 8980개를 확보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