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지난 9월3일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원안 추진을 재검토하겠다”고 불쑥 말하면서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후 갖가지 논란과 대립이 확산되면서 국론 분열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두 달이 지나서야 수정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온 나라가 오래전 ‘벌떼’로 난리법석인데, 정부는 이제 ‘벌집 쑤시기’를 선언한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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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5일 정운찬 총리(왼쪽)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김영진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범석 기자 |
여권 내부, 특히 친박계에 대한 설득 작업도 없었다. 악화일로인 당내 계파 대결은 박 전 대표로부터 동의는 물론 최소한의 ‘양해’도 얻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지난 9월 청와대 회동에서 세종시 수정의 취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잠자코 듣기만 해서 묵시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였다”고 여권의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친박 측은 “그럴때 가만 있을 박 전 대표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친박계 거부가 계속되면 수정 계획은 어찌될지 모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충분히 우리 의견을 전했다”며 “정책사안을 정치사안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불만을 표했다.
‘준비’ 없이 일을 벌인 것도 문제다. 뇌관의 폭발력을 감안했다면 대책을 벌써 내놓고 국민을 설득하며 수정 시도를 하는 게 상식적인 수순이다. 그러나 수정안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자족기능 어쩌구 하는데 뭘 알아야 해먹지”라는 친이계의 볼멘소리가 높다. 세종시 전략이 엉성하다 보니 작금의 논란이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여권 핵심부 셈법이 “지칠 때 손 쓰면 효과적”이라는 시각에서다.
허범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