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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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안화 평가절상 허용하나

입력 : 2009-11-12 23:47:13
수정 : 2009-11-12 23: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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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 통화정책 보고서 통해 시사
달러 고정제 탈피 주요 통화들과 연동 고려
美 등 국제사회 압력 고조… 실행 시기 주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중(15∼18일)을 앞두고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다시 허용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1일 낸 3분기(7∼9월)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위안화 환율을 달러만이 아닌 주요 통화들과 연동해 책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달러에 고정된 현 환율제도에서 탈피해 시장의 변동에 따라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허용할 뜻을 나타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가치는 2005년 7월 달러 고정제를 폐지한 후 거의 20% 상승했으나, 지난해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달러당 6.83 내외로 사실상 다시 고정됐다. 반면 달러는 일본 엔화와 유로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 바스켓으로 산정하면 지난 2월 중순 이후에만 13% 하락해 위안화도 이에 맞춰 평가절상돼야 한다는 압박이 거셌다.

인민은행은 46쪽의 보고서에서 “이니셔티브와 통제 가능성, 그리고 점진주의란 원칙 하에 국제자본 흐름과 주요 통화들의 (환율) 변화를 감안해 (위안화) 환율 산정 방법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외경제무역대 딩즈제(丁志杰) 금융경제학원 원장은 “(위안화 환율에 대한 인민은행의) 표현이 바뀐 것은 중국이 지난해 중반 이후 유지해온 환율 고정을 끝내려고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딩즈제 원장은 “지난해 환율정책은 정상적이지 않은 시기에 정상적이지 않은 정책으로 인식됐다”면서 “이제 이를 끝낼 시기”라고 말했다. 14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도 참여해 작성한 APEC 재무장관 성명에는 “금리와 환율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중국이 어느 정도 위안화 평가절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중국 정부에 거시경제 정보를 제공하는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중심(SIC) 뉴리 선임연구원은 “인민은행의 보고서가 환율정책에 대한 급격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 자본 흐름과 주요 통화의 움직임을 강조한 것은 새롭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경천동지할 변화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 홍콩지점의 벤 심펜도퍼 외환전략가는 “인민은행이 자본 흐름과 유동성 및 인플레 조짐 등 다각적인 절상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내년 2분기까지는 (실질적인 절상이) 실행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