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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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인 관광객 참사 부른 후진국형 사격장 화재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로 일본인 관광객 11명 등 모두 16명이 죽거나 심하게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장에 있던 관광객과 종업원 등 대다수가 대피하지 못할 만큼 방재대책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의 피해가 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정부는 일본인의 장례절차나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는 데 한 치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일본인 관광객이 대거 피해를 입음으로써 관광입국에 적지 않은 지장을 받게 됐다. 이런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관계당국은 실태를 점검하고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다.

실내 실탄사격장은 경찰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설비기준은 실탄 안전사고 예방과 방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탄이 날아가는 사계 내에는 창문을 설치할 수 없고 총성이 외부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철저한 방음시설을 요구하고 있다. 참사가 난 사격장은 이런 기준에 맞추려 창문이 없는 폐쇄적 구조로 꾸며놓아 피해를 키웠다.

실탄 사용시 스파크 등으로 화재 위험이 큰데도 불연성 소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충분한 연기 배출시설 및 탈출로 확보를 의무화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다. 자동화재 탐지설비 및 유도등, 비상구와 같은 소방설비를 충분히 갖추도록 설비기준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좁은 골목에 위치해 진화 및 구조작업이 늦어졌다고 한다. 앞으로는 실탄사격장은 아예 시 외곽에 한해서만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방재시설의 보완 못지않게 안전의식의 고취가 시급하다. 운영자의 불감증은 물론 감독기관마저 형식적인 부실 점검에 그치다 보니 참사가 그치지 않는 것이다. 미비점이 적잖은 참사 사격장에 이달 초순 ‘양호 판정’을 내준 데 대해 방재당국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거울 삼아 고시원, 노래방 등에 대한 점검에도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