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실시된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과학탐구영역 선택과목인 지구과학Ⅰ에서 복수정답이 나왔다. 아직 성적을 채점하기 전이고 해당 문항에 대한 오답 시비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출제기관의 신뢰도는 타격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다.
◆왜 복수정답인가=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3일 “과학탐구영역 지구과학I 19번 문항에 대해 복수정답을 인정키로 했다”며 “당초 발표한 정답 ③번 외에 ①번도 답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지구과학I 19번은 ‘2009년 7월22일 우리나라 부근을 지나간 달의 본 그림자(개기일식) 궤적과 이동 방향을 나타낸 그림을 보고 A, B, C 세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식 현상을 비교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보기에서 고르라’는 문항이다.
평가원은 시험 직후 해당 문항의 정답을 보기 ㄱ, ㄴ이 포함된 ③으로 발표했으나 일선 고교의 천문동호회원 등으로 구성된 지구과학 담당 교사 등으로부터 보기 ㄴ은 틀린 설명이라는 이의신청이 제기됐다.
문제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개기일식이 대략 북위 32도, 동경 117도 부근에서 남동쪽으로 비스듬하게 이동해 북위 30도, 동경 130도 부근에서 점차 사라지는 궤적을 그리고 있다.
당초 평가원이 ③번을 정답으로 인정하자, 일부 교사와 수험생들은 ‘특정날짜(7월22일)가 제시된 조건에서 A지역에서의 일식 지속시간이 B지역에서의 일식 지속시간보다 반드시 길다고 말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천문학회가 천문 관측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기에서 주어진 날짜의 일식시간을 실증해본 결과, 오히려 B지역이 A지역보다 일식의 지속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계산대로라면 ①번만 정답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평가원 측은 “고등학교 수준의 개념 이해와 문제에 주어진 조건만으로 풀었을 때의 정답인 ③번과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넘어서지만 과학적 사실에 맞는 ①번을 정답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다음 달 9일 수험생들에게 성적을 통지할 예정이다. 올해 수능에는 원서 접수자 기준으로 총 67만7834명의 수험생이 지원했으며, 이 중 과학탐구영역 응시자는 22만2759명, 지구과학I을 선택해 응시한 수험생은 14만8269명이다
◆끊이질 않는 정답 시비=2007년 11월 실시된 2008학년도 수능시험에서는 물리II 11번 문항이 성적 채점까지 마친 상황에서 뒤늦게 복수정답으로 인정돼 논란을 빚었다. 당시에는 평가원이 이미 정답을 확정해 발표하고 채점까지 끝낸 뒤 수험생에게 성적표를 모두 배부한 상황이었다. 한국물리학회가 오류 가능성을 제기했는데도 평가원은 성적 재채점 등의 부담 때문인지 이를 무시하다가 결국 혼란을 키웠다. 이로 인해 등급제였던 당시 수능에서 물리II에 응시한 수험생 총 1만9597명 중 1016명의 등급이 재조정되는 사태가 빚어졌고, 역대 평가원장 가운데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던 정강정 원장이 중도 사퇴하는 일이 빚어졌다.
2003년 11월 실시된 2004학년도 수능에서는 언어영역 17번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때는 성적이 통보되기 전이어서 큰 혼란은 초래되지 않았다.
김기동 기자 kidon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