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추적권 신설을 포함한 국민권익위원회의 권한 강화 추진이 절차를 무시한 졸속 입법이라는 지적이 25일 제기됐다. 일각에선 이재오 위원장이 임기 중에 성과를 내기 위해 권익위법 개정을 서두르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권익위는 연내 개정안 발의를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를 마치기도 전에 지난 24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기습적으로 입법예고했다.
이는 통상 관계부처 협의를 마친 뒤 입법예고하는 관례를 무시한 것으로, 권익위 스스로 논란을 부채질한 꼴이란 지적이다. 그러지 않아도 계좌추적권 신설 등으로 법무부, 검찰과 야당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권익위 김진호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어서 사전에 입법예고를 공지하지 않았다”며 “연내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관계부처 협의와 입법예고를 동시에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제업무운영규정(대통령령)에 따르면 법안 입안 시 초기 단계에서 관계부처와 10일 이상 협의해야 한다. 긴급을 요하는 경우 입법예고와 동시에 진행하기도 하지만 권익위법 개정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졸속 입법 추진으로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권익위가 계좌추적권을 갖는 것 자체에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냈고, 야권은 권익위의 ‘변신 기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여당인 한나라당 지도부도 권익위가 계좌추적권을 갖는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권익위는 정권 실세인 이재오씨가 위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모든 부처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며 “권익위가 제 분수를 모르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것은 이씨가 초법적 권한을 합법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수사기관도 아닌 권익위가 법원 견제도 없이 계좌추적권을 행사하려는 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국민 사생활 보호에 중대한 위협이 될 권익위 법률 개정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계좌추적권에 대해 “신고된 건에 대해 한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공직자비리수사처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인지, 직권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수처의 역할을 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박진우·김정필 기자 dawnstar@segye.com
관계부처 협의 안거친채 개정안 입법예고
검찰·야당 반발에 한나라 지도부도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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