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 |
하지만 저출산은 단순히 인구 감소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인구 감소는 노동력, 징병자원, 대학 입학생, 주택수요, 소비 등의 감소로 이어져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게 만드는 요소이다.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2050년 생산가능인구는 현재의 66%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저출산은 한국에서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일본, 대만, 홍콩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들 나라는 모두 인구억제 정책을 택했다가 이제는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나라들이다. 특히 일본은 2005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왜 동아시아 국가에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가.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이다. 동아시아 국가에서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데 불리한 조건이 변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여성의 교육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떨어졌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교육 받는 기간이 길어져서 학업을 마치는 연령이 높아진다. 대부분 졸업 후에 결혼을 하기 때문에 혼인연령이 높아졌고 출산율은 떨어졌다. 경제 불황도 출산율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결혼을 뒤로 미루는 사람이 많아졌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취업하지 못하면 결혼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후진적인 복지제도가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을 낮추고 있다. 보육과 탁아 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에게 출산과 양육은 당연히 사회활동의 장애요인이다. 일하는 여성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태에서 가족친화적인 복지의 발전 없이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또한 젊은 부부가 아이를 적게 가지려는 이유에는 교육비 부담도 포함된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대학입시 경쟁이 치열하다. 입시경쟁으로 사교육이 발달하면서 부모의 교육비 부담은 계속해서 커졌다. 주택 문제도 젊은 부부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주택 가격이 폭등해 내 집을 마련하기까지의 기간이 계속해서 길어지면서 출산이 더 어려워졌다. 집도 없는 젊은 부부에게 아이를 많이 가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주거복지도 저출산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공통으로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양적인 경제성장에 치중해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에 이르렀다.
위와 같은 문제들은 한국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90% 이상의 초등학생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해서 부모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불하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취업에 유리한 해외 어학연수가 증가해 교육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는 인식도 팽배해 있다. ‘적게 나아 잘 기르자’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교육 환경이다.
향후 혼인연령이 낮아지는 것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조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서 혼인연령이 낮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순진하고도 안일하다.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사회생활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는 획기적이고도 근본적인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는 현재 어떤 정부 과제보다도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 여부와 관련된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