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예인선단이 홍콩선적 허베이 스피리트호를 들이받아 원유 1만2547㎘를 쏟아내면서 검은 지옥으로 변했던 태안반도는 청정해역으로 손꼽히던 2년 전의 모습을 거의 되찾았지만 피해보상은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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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지역 기름 피해 주민들이 최근 정부규탄대회를 열고 완전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태안군 제공 |
기름 피해의 직격탄을 맞았던 백사장은 하얀빛을 되찾았다. 짙푸른 바다에는 한동안 사라졌던 갈매기 떼가 먹이를 찾아 오가는 등 사고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생계 터전을 잃고 절망의 한숨을 토해냈던 주민들도 어장이 다시 살아나자 한결 안정된 표정이다.
바닷가에 줄지어 늘어선 횟집에는 제법 많은 손님이 들락거렸다. 한 횟집 주인은 “경기가 어려워 돈을 많이 쓰지는 않지만 손님은 쏠쏠하게 늘었다”며 밝게 웃었다.
항구와 방파제가 온통 기름밭으로 변했던 모항항에도 활기가 넘쳤다. 몇 척의 고기잡이 배가 출항을 준비 중인 포구에는 꽃게잡이 통발과 새우잡이용 나무 상자 등 새로 구입한 어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국내 최대 사구로 유명한 신두리 해수욕장에는 펜션 손님이 다시 늘어나면서 건물 증축공사가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었다.
소원면 의항리 이충경 어촌계장은 “지난 2년간 주민들은 방제작업과 특별공공근로, 희망근로사업 등에서 나오는 돈으로 생계를 꾸려 왔다”며 “풍족하진 않지만 사고 직후의 절망에서는 벗어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2년이 돼 가도록 주민들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 것으로 믿었던 피해보상은 터덕거리고 있다.
기름 유출 피해사례는 전국에서 12만6310건, 3조5000억원에 달하고 태안에서만 2만5511건, 1조6840억여원에 이른다. 피해 입증자료 준비 등에 상당한 시일이 걸렸지만 93%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에 피해배상 청구를 마쳤다.
그러나 IOPC가 피해신청을 근거로 피해사정을 다시 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은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 비수산 분야에서 1만300건, 30억8200만원의 피해사정이 끝나 134건 21억1800만원이 배상금으로 지급됐고, 수산분야에서 배상금이 나간 것은 1건, 600만원뿐이다.
이견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져 내년 상반기까지는 배상금 지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문제는 또 있다. IOPC펀드의 배상한도액이 선주책임보험 가입액인 1422억원과 국제기금 1794억원 등 3216억원에 불과해 주민들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피해주민 지원 및 해양환경 복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사정 금액과 배상금 사이 차액은 정부가 보상하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또 다른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 최근 잇따라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주민들의 분위기도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훼손된 생태계를 되살리는 사업도 과제로 남아 있다. 겉모습은 깨끗해졌지만 사람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낭떠러지나 절벽 등 외진 곳에는 아직도 기름이 나오고, 생태계는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꽃게 등 일부 어종이 다시 나타났지만 가까운 바다에서 많이 잡혔던 우럭과 노래미, 붕장어 등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갯벌에 지천으로 널렸던 갯지렁이와 게의 일종인 ‘황바리’ 등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해양환경이 훼손된 해안과 도서 6474㎢를 ‘특별해양환경복원지역’으로 지정하고 모니터링과 장기 복원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훼손된 어장 복원 및 수산자원 관리 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환경부는 태안국립공원 내 주요 서식처 및 훼손지역 복원을 위한 세부계획을 준비 중이다. 국토해양부는 해양생태계의 영향 및 회복 정도를 분석·평가하기 위한 생태계 모니터링을 올해부터 10년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년간 20차례에 걸쳐 생태조사를 벌인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발간한 백서에서 “현장에서 원유 형태의 기름이 여전히 발견되고 있어 청정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것보다 먼저 오염이 심한 곳을 찾아 지속적으로 방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안=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