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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常·無我의 명상, 깨달음을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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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승불교 수행법 ‘위빠사나’ 지도자 황영채씨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위빠사나입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소승불교로 폄하되고 있는 동남아 상좌불교(上座佛敎·테라와다)의 수행법인 ‘위빠사나’에 푹 빠져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황영채(70)씨는 ‘위빠사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수행법이라고 강조했다.

‘위빠사나’는 올바른 직관 또는 내관(內觀)이라는 뜻으로, ‘분리하다’는 뜻의 ‘위’와 ‘계속해서 주시한다’는 의미의 ‘빠사나’의 합성어이다. 따라서 ‘위빠사나’는 대상을 객관적으로 분리해서 지속적으로 주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렇게 주시한 결과를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의 법으로 보아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것.

‘위빠사나’ 수행은 통상적으로 법문, 경행(걸으면서 알아차리기), 좌선, 수행자 개별 인터뷰의 순으로 이뤄진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사단법인 상좌불교 한국명상원에서 만난 황 지도위원은 ‘위빠사나’ 수행이 흔히 한국사회에 널리 퍼진 참선(參禪) 수행과 다른 점을 설명했다.
◇‘위빠사나’에 심취한 황영채씨는 “위빠사나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수행법”이라며 “고통경험을 중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참선이 주로 선정(禪定)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와 대상이 하나가 되도록 하는 수행이라면, ‘위빠사나’는 모든 대상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고 알아차리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성냄(화내기)을 예로 들었다. “일상생활에서 부지불식 중에 화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화를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말고 우선 화가 난다는 느낌을 객관화해서 느끼도록 하는 것이죠. 그런 느낌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화나는 느낌을 알아차리는 순간 그 화는 이미 소멸돼 버리는 것이죠.”

언어 표현만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위빠사나’의 ‘알아차림’이란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것이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느끼고, 알게 되고, 알게 되는 순간 희로애락의 감정은 사라져 버린다는 설명이다.

‘위빠사나’를 10개월째 하고 있다는 김기현(44)씨는 “좌선할 때 처음엔 다리 쪽에 통증이 있었지만 통증을 참자 통증이 무엇인지 알아차렸으며, 알아차림과 함께 통증이 사라짐을 경험했다”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수행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경행을 마친 후 한 중년 여성은 “걸을 때 발바닥의 느낌을 느끼려 했는데, 어느 순간 발걸음에 무게가 없음을, 뭔가가 가볍게 밀어주고 끌어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황씨는 “그냥 느낌을 알아차리고, 그 느낌 그대로를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씨는 “부처님이 백성들에게 뜻을 펼칠 때 어려운 경전으로 하지 않았다”며 “‘위빠사나’는 깨달음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게 아니고, 부처님이 이 방법으로 깨달았다는 사실을 믿고 이 방법대로 수행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 상좌불교 한국명상원에서 ‘위빠사나’ 수행자들이 좌선을 하고 있다.
그는 이어 “부처님은 사마타(선정수행)의 최고 경지에 이르렀던 분이지만 누구나 고통을 경험해야 한다고 하지는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위빠사나’는 특출한 사람들의 수행법이 아니다”고 했다. 황씨는 “수행을 하는 이유는 번뇌의 해결에 있는 것”이라며 “소멸이 해탈이고 열반”이라고 말했다.

황씨가 ‘위빠사나’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은 10년 전이다. 그가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금강경을 소의경전(뿌리경전)으로 삼아 독송하며 살았다. 그는 “금강경은 추상적이었고, 닿을 듯 말 듯한 그런 상태로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며 “이렇게 갈망하고 있던 중에 위빠사나를 접했고, 그곳에 길이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황씨는 독실한 불자였던 황산덕 전 법무부장관의 딸이자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은밀히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던 핵물리학자 김웅 전 연세대 교수의 부인이다. 법철학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남편의 영향을 받은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핵확산금지조약(NPT)으로 국제법 박사학위를 받아 젊은 시절 대학 강단에도 섰던 적이 있다.

황씨와 함께 ‘위빠사나’를 수행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가톨릭 신부와 수녀도 있다. 황씨는 “신앙의 길은 다르지만 수행법으로서의 위빠사나는 종교를 초월한다”며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수행법”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