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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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세종시 수정안’ 제동… 與與갈등 고조

친이 "당 좌지우지하려는 오만함 버려야"
친박 "정부안 국회 상정땐 바로 부결될 것"
세종시 수정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간 갈등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7일 수정안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 주류 측이 세종시 수정안 관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가 강력하게 제동을 거는 양상이 전개되며 양측이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는 8일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키겠다”며 정부의 수정안에 강력 반발했다. 6선의 홍사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행정부처 이전을 전면적으로 백지화한 바탕 위에 만드는 수정안은 위약이며 국회에 상정되면 바로 부결 처리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이어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그런 큰 내상을 입고 일을 어떻게 하겠나”며 “세종시를 한두 달 사이에 만든 방식으로 일을 만들면 정말 전국적인 저항이 일어난다”고 경고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친이계 정태근 의원의 이날 박 전 대표 비판을 겨냥해 “박 전 대표에 대한 인신공격은 세종시 문제의 본질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적대적 감정 표출로 매우 유감”이라며 “얼마 전 일부 외부 세력들의 비방 언동을 감안하면 상당히 조직적이거나 의도된 것이 아닌가 의심까지 든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 외곽의 친박계도 거들었다. 이규택 친박연대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2005년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투표로 확정된 당론을 뒤집는 것은 당에 대한 쿠데타”라며 “청와대와 정부가 수정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친이계는 박 전 대표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정태근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당헌에 당론 변경을 위한 민주적 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박 전 대표가 ‘당론이 변경돼도 반대’라고 미리 밝힌 것은 한나라당의 존립과 직결되는 해당적인 태도”라고 맹비난했다.

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자신을 따르는 의원들 사이에서 자신과 다른 의견이 나올 때마다 대못을 박아 차단하는 것은 민주정치와 거리가 멀다”며 “논의가 시작도 되기 전에 귀를 닫고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지도자의 정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친이계 의원도 “박 전 대표가 당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