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부회장은 “2∼3년 내 근본적인 이노베이션이 없으면 LG전자는 낙오할 수밖에 없다”며 이노베이션의 모범사례로 애플을 꼽았다. 그는 “애플과 그 제품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구현하지 못하는 기술이 없고, 애플이 직접 갖고 있는 기술도 많지 않다”며 “애플이 강한 것은 노하우(Know-How)보다는 노훼어(Know-Where)”라고 지적했다. 기존 사고의 틀을 버리고 혁신해야 애플 아이폰 같은 창의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아이폰이 보여준 ‘이용자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첨단기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이 직접 사용하면서 느끼는 감성적인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애플은 고객이 제품을 한 번 사면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둬 놓는, 고객을 전부 네트워크 속에 가둬 놓는 식”이라며 “근본적으로 어떻게 ‘유저 익스피어리언스(이용자경험)를 애플보다 우월하게 할 것이냐’가 정말 중요한 전략적 이슈”라고 말했다.
아이폰과 싸움에서 LG전자가 택한 ‘전략병기’는 구글이 주도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늑대 잡자고 호랑이를 들이는 격’이라고 우려한다.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LG전자 입장이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백우현 사장은 “애플보다 더 무서운 게 구글임을 잘 알고 있다”며 “손잡고 가지만 가장 무서운 경쟁자로서 항상 주시하고 역습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대오각성하다=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거두고 올해는 더 밝은 전망을 내다보고 있는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 하지만 애플 아이폰에 대해선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테스트한 제품이었고, 국내시장 1위인 우리를 반성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우리나라에 극성 마니아가 많아 관심이 들끓으면서 (아이폰을) 안 사도 될 사람까지 산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사장은 신년사에서 콘텐츠분야 강화 방침을 밝히는 등 콘텐츠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해 오다 보니 생각도 못한 경쟁자가 나오고 있다”며 “대오각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튠즈, 앱스토어 등 콘텐츠와 연계한 제품 판매로 막대한 수익과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창출하고 있는 애플처럼 삼성도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 ‘바다’ 등을 개발하며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