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세종시는 자신의 명운을 쥔 ‘특별한 도시’다. 세종시 해결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에게 내린 ‘특명’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정 총리를 ‘세종시 해결을 위한 총리’라고 부르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충남 출신의 그가 총리로 기용될 때 이미 결정된 운명이다.
정 총리의 정치적 운명은 세종시의 미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종시 수정에 얽힌 복잡다기한 갈등 구조로 볼 때 ‘공’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예측은 쉽지 않다. 정 총리에겐 정치적 승리와 패배의 가능성을 모두 안고 있는 ‘양날의 칼’이다.
국민 여론, 특히 충청 민심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수정안이 시행된다면 정 총리로선 최선의 시나리오다. 정치적 입지가 넓어지면서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설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팍팍하다. 아무런 상처 없이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여당 대 여당, 여당 대 야당, 충청권 대 비충청권, 혁신도시 대 세종시, 현재권력 대 미래권력…. 세종시 대전(大戰)에 펼쳐진 다양한 전선은 험난하고 지루한 전투를 예고한다.
이 전투에서 패배해 세종시 수정이 좌초한다면 정 총리는 치명상을 입고 쓸쓸히 정치무대에서 퇴장하는 ‘비운의 총리’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세종시 수정을 진두지휘한 만큼 책임론의 한가운데 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집중포화가 그에게 쏟아질 것이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지역 여론도 악화할 게 뻔하다.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릴레이로 불거진 그의 도덕성 논란도 다시 도마에 올라 ‘정 총리 매질’의 회초리로 쓰일 가능성도 적잖다.
이 같은 세종시와 자신의 정치적 함수관계 때문에라도 정 총리는 수정안 발표 이후에도 세종시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가 수정안 발표 이후 곧바로 여섯 번째 충청행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총리는 11일 대전 MBC에서 지역 방송사 공동 대담프로그램 녹화를 통해 충청주민들에게 수정안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세종시는 충청의 미래이고 충청권은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세종시 발전방안을 통해 충청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선진국을 향해 달려가는 견인차가 되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호소했다. 정 총리는 이번 주말 충청권을 다시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대국회 설득에도 모든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박진우 기자
정운찬 총리 운명은… 대권주자로 뜰까 질까 鄭총리에겐 ‘양날의 칼’
기사입력 2010-01-11 23:58:49
기사수정 2010-01-11 23:58:49
기사수정 2010-01-11 23:58:49
수정안 시행되면 정치적 행보 ‘탄탄대로’
좌초 땐 치명상 입고 ‘비운의 총리’될 듯
좌초 땐 치명상 입고 ‘비운의 총리’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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