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계가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주요 기업들의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작년보다 오히려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올해 경기회복 기대와는 달리 기업들은 유가 인상과 환율 하락 등으로 인해 향후 경기를 매우 불투명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화돼온 청년들 취업난이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도 이런 취업난을 고려해 기업들에게 인력 조기 채용을 주문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간기업 일자리 되레 준다=대한상공회의소가 취업·인사포털인 인크루트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해 14일 발표한 ‘2010년 일자리 기상도’에 따르면 올해 채용 계획을 확정한 256개사의 채용 예정 인원은 1만6843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 채용한 1만7851명보다 5.6% 줄어든 수치다. 이번 설문에 응한 350개사 중에서 채용 계획이 있다고 밝힌 회사는 절반도 안 되는 158개사(45.1%)에 그쳤다. 특히 98개사(28.0%)는 단 1명도 채용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다행히 최상위 30개사는 채용 인원을 소폭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30대 기업 중 조사에 응한 14개사의 올해 채용 예정 인원은 6810명으로, 이들 기업이 지난해 뽑은 인원(6750명)보다 0.9% 많았다.
상의 관계자는 “올해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면서 “상위권 14개 기업의 채용 예정 인원이 전체의 40.4%에 달해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채용을 확대한다면 고용시장이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금융기관도 취업 한파=공기업과 금융기관의 취업 한파는 올해도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정부·공기업·금융기관의 신규 채용 규모는 기관에 따라 대체로 올해와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공무원 신규 채용 규모는 올해 2514명으로 작년의 3200명보다 680명 정도가 준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자리가 많이 준 데다 정년도 연장됐기 때문에 인력 수요가 많지 않다”면서 “이런 수요 부진은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균 1만명 이상의 대졸자를 소화했던 공공기관들의 올해 신규 채용 규모는 지난해 수준인 7000명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80명을 선발한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올해 정규직을 선발할 여력이 없다는 분위기이고, 한국은행도 경기 흐름 등을 참고해 하반기에나 채용 계획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기관들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신규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고용 한파를 감안해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권에 올해 인력 채용을 가급적 상반기에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7개 금융협회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청년 인턴을 확대하고 인력 채용 시기도 가급적 상반기로 앞당겨 조정하는 등 금융산업 자체의 고용 창출 노력을 확대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기환·황계식 기자 kk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