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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망신…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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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유출 잇따라 한국 학생 불이익 가능성
“ETS측 관리부실 사태 키웠다” 비난 목소리도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시험지 유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 수사가 SAT 전문학원가로 확산되고 있다. SAT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교육평가원(ETS)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해 시험지 유출 실태 전모가 파악될지 주목된다.

자칫 한국 응시생 전체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그동안 문제를 알면서도 쉬쉬해온 ETS측의 관리 소홀에도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25일 구속된 강남지역 SAT 전문학원 강사 장모(36·구속)씨가 빼돌린 SAT 시험지를 제3자에게 전달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는 한편, ETS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가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이를 넘겨받아 수사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ETS는 그동안 점수가 단기간 급상승하거나 반복적으로 시험을 본 사람, 학원 강사나 30대 이상 응시자 등 미국 대학입시와 무관해 보이는 이들의 명단을 작성해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SAT 전문학원 강사뿐만 아니라 다른 학원의 학원장들도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SAT가 여러 나라에서 치러지는데도 유독 한국에서 부정행위가 빈번함에 따라 앞으로 한국 학생의 성적을 믿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어학원 직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에서 한국에 대한 안 좋은 얘기가 계속 나온다고 한다”며 “국제 망신을 넘어 한국 학생의 성적 자체가 불신당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ETS측은 “경찰 조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시험성적 취소 가능성을 알 수 없다”고만 언급했다. 앞서 2007년 1월 국내에서 문제 유출로 응시생 900여명 전원의 성적이 무효처리된 적이 있다.

하지만 ETS측의 관리 부실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예전부터 시험지 유출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았으나 ETS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붙잡힌 장모씨의 부정행위도 ETS측이 지난해 12월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4월부터 이 문제를 수사했는데 당시에는 ETS가 쳐다보지도 않았다”며 “이번에도 ‘계산기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할지 꿈에도 몰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ETS가 직접 시험감독을 하지 않고 고사장 대상 학교에만 맡기다 보니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일부 학원이 인기 SAT 강사를 스카우트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뒷돈이 오간다는 첩보를 입수, 이를 수사키로 했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